
| Artist : 원타임(1TYM) Album : Once N 4 ALL Release Date : 2003.11.26 |
저마다의 취미에 빠지게 되는 시작점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80억 명의 사람들이 이 지구에 존재한다면 저마다 취미를 갖게 된 계기의 개수 또한 80억 개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힙합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넘어선 외부 세계에 서서히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대구 출신 9살 꼬마아이에게 있어, TV에 나와 한겨울에 ‘HOT 뜨거’를 외치는 멋진 남성들은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꼬마는 2003년 겨울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갔던 레코드샵에서 생애 첫 음반의 주인공으로 원타임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원타임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활동한 YG패밀리 소속의 4인조 남성 힙합그룹이었다. 오진환, 송백경, 테디(Teddy), 대니(Danny) 4명의 멤버로 이루어졌었으며, 이 중 테디(Teddy)가 YG 전속 프로듀서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있다. 당시 셀프 프로듀싱이 가능한 힙합 뮤지션의 컨셉과 아이돌을 이미지를 함께 가진 팀들은 많지 않았고 이는 대중들에게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원타임은 상업적 성공, 특히 2집과 4집에서 크게 성공을 거두며 ‘오버그라운드(Overground) 힙합의 좋은 예’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같은 소속사의 빅뱅, 위너, 아이콘(IKON), 그 외 다른 소속사에서 데뷔한 수많은 힙합 컨셉의 아이돌들도 이와 같은 원타임의 성공 사례를 하나의 교과서로 여기며 따라가게 되었다.
<ONCE N 4 All>은 원타임 6년 간의 활동 중 총 5집 가운데 4번째에 해당하는 정규 앨범이다. 2001년에 발매된 3집 <THIRD TIME FO’ YO’ MIND> 이 후 2년 만에 발매되었으며, 테디의 프로듀싱을 기반으로 멤버 전원이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약 40분의 러닝 타임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먼저 비트박스의 느낌을 강조한 비트 위 Teddy의 랩으로 시작되는 인트로 ‘Freeflow’는 ‘My name is T to the E the D Y
뛰기시작했어 멈추지마’라는 가사로 앨범의 분위기를 시작부터 한껏 끌어올린다.
이어지는 ‘Uh-Oh!’는 전형적인 파티 뱅어(Party Banger)로 인트로부터 시작된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어간다. ‘기나기나 긴 2년이란 시간에 자리를 비워둬서 너무나도 미안미안해’라는 가사는 3집 이후 공백 동안 원타임을 기다려 온 팬들을 위한 사과이며, ‘그저 마냥 신나게 뛰고 싶어 일단 볼륨을 끝까지 크게 키워’라는 가사는 그 동안 원타임의 음악에 목 말라했던 팬들을 위한 보답이다. 원타임은 이 곡을 통해 힙합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인 ‘자유’를 계속해서 나타내려한다. ‘절대 연예인이 아냐 난 자유인’이라는 가사는 시작은 프로듀서의 기획 하에 꾸려진 대중가수라 할지언정 우리의 음악만큼은 우리가 자유롭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3번 트랙 ‘떠나자’ 역시 곡의 분위기는 다를지언정 이러한 메시지와 일관성을 이어간다. ‘흐르는 음악을 타고 새하얀 저 구름 위로’ 떠나자는 후렴의 가사는 이를 대표한다. 특히나 첫 벌스를 여는 테디의 자전적인 가사는 곡에 대해 더욱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학교에서 문제아 취급받던 자신이 (공부하기 싫어 말썽만 피우던 나 게으름 피우던 나 담배나 피우던 나) 음악을 통해, 힙합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스토리를 통해 (그런 내게 새 친구들이 생겼으니 그들의 이름이 바로 음악이요 그 중 젤 친한놈이 Hiphop이요) 음악에 대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 후의 트랙들 ‘HOT 뜨거’와 ‘Without You’, ‘Cry’는 이 앨범의 대중적 성공을 이끌어낸 트리플 타이틀곡으로 볼 수 있다. 대표 타이틀곡인 ‘HOT 뜨거’의 중독적인 후렴구와 가사는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과 에너지, 그리고 1년 전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로 인해 한껏 고양된 국가적 자랑스러움의 영향을 받은듯한 내용들(‘이 세상 그 어딜 아무리가도 미모는 한국여자가 최고’라든지 ‘난 낮잠을 자고 있는 온순한 사자 콧털을 건드리는 자가 너무 많아 한국 남자 우리 성질은’이라든지)이 한껏 담겨있어 당시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기 충분했다.
이 곡을 통해 원타임은 5주 연속 음악방송 1위라는 대기록을 수상할 수 있었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은 노래 ‘Without You’ 또한 오늘날까지도 리스너들에게 회자되는 숨은 명곡이며,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명곡으로 손꼽히는 ‘한동안 뜸했었지’의 주인공 이남이가 부른 ‘울고 싶어라’를 샘플링한 ‘Cry’ 또한 오늘날까지도 쉽게 시도되지 않는 색다른 시도라고 볼 수 있는 곡이다. 앨범의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어지는 곡들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바로 한국적인 색깔을 드러내려했다는 점이다. ‘Uh-Oh!’와 ‘떠나자’에서는 국악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을 사용한 듯한 비트의 질감이 두드라지며, Without You에서는 대중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90년대 발라드 기반의 멜로디 라인을 들을 수 있고, 과거 70년대 가수의 음악을 샘플링 한 Cry를 통해서도 앨범 전반에서 한국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요소들을 차용했다는 점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 후 Dannny’s interlude를 통해 앨범의 분위기는 대니를 중심으로 러브송 ‘Everyday and Night’, ‘Kiss’, 이별에 대한 ‘It’s over’ 등으로 전환된다. 원타임 멤버들 중 가장 수려한 외모와 미성의 목소리로 많은 여성팬들의 인기를 얻었던 그를 중심으로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프로듀싱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위한 탁월한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세련된 프로덕션에 비해 원타임만의, 또는 대니만의 독보적인 색깔이 담기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웰메이드일 수는 있으나 마스터피스로서 인정받을 만한 특색이 돋보이지 않는 점은 2년의 공백을 고려했을 때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앨범의 후반부는 Teddy’s interlude를 통해 다시 한 번 강렬한 힙합 넘버들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마무리된다. 초창기 YG패밀리의 프로듀싱과 레코딩 전반을 담당했던 프로듀서 페리Perry와 ‘눈물씻고 화장하고’, ‘애송이’ 등으로 인기를 구가했던 렉시Lexy가 피처링한 ‘OK’와 솔로곡 ‘Put’em Up’이 있다. 다소 평이한 내용의 자기과시와 무난한 수준의 라이밍이지만 오로지 테디가 가진 묵직한 톤과 발성하나만으로 이 모든 것을 커버하며 독보적인 수준의 랩을 보여준다. 테디가 보여주는 랩 퍼포먼스는 복잡하고 힘들게 랩할 필요 없이 타고 난 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수준 높은 랩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하고 만다. 여담으로 테디가 보여준 이러한 캐릭터는 후에 데뷔하게 되는 빅뱅Bigbang의 탑top이 이어받게 된다.
원타임의 4집 <ONCE N 4 ALL>은 멤버 모두가 참여하여 제작해 힙합과 가요의 인기 있는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대중에게 사랑받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공한 대중음악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앨범 역시 한계점은 보인다. 트랙을 배치함에 있어 비트 간의 흐름이 유기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앨범을 통으로 돌렸을 때는 다소 난잡하게 들린다. 또한 멤버 대니와 테디가 주축이 되어 이끄는 트랙들이 있는 반면, 나머지 두 멤버 송백경과 오진환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나가는 트랙이 없다는 점들은 멤버간의 실력적 격차, 또는 비중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앨범 제작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각 멤버들의 색깔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을 몇 개 더 추가함과 동시에 트랙 배치에 공을 들였다면 더 완성도 있는 앨범이 탄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앨범은 3집 이후 2년 공백을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크나큰 기쁨을 안겨주었고 동시에 필자와 같이 원타임을 통해 힙합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2003년 당시 힙합 팬들은 오버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을 힙합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그 해 겨울 원타임이 보여주었던 뜨거웠던 에너지는 그 무엇보다도 힙합이었다.

Cry 궁금하네요 함 들어봐야겠다.
여기서 뵈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