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비앙(Viann), Son Simba(손 심바) Album : 전설 Release date : 2021.06.27 |
누군가에게 전설이라고 불리기까지, 스스로를 전설이라고 말하기까지는 많은 서사를 필요로 한다. 어떤 이는 죽은 후에야 전설로 불리며, 어떤 이는 그저 하나의 밈처럼 자신을 전설로 포장하기도 한다.
해당 앨범에서 쓰인 전설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이 앨범 안에서 전설은 인간을 구분 짓는 하나의 유형일 뿐이며, 해당 앨범에는 전설뿐 아니라 ‘개’, ‘사람’, ‘귀신’과 같은 다양한 유형이 등장한다. 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에 보면, 사람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 그리고 ‘위버멘쉬’로 분류한다. (여담이지만, 신은 죽었다라는 표현이 해당 책에서도 등장한다. 처음은 아니었지만.) 위버멘쉬라는 개념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 고통을 극복한 극복인, 혹은 초인 등으로 번역되는데, 해당 앨범 속 구분과 비유 또한 비슷하게 느껴진다. 과거 버벌진트가 ‘사자에서 어린아이로’라는 곡을 낸 것도 니체의 표현을 인용한 것이며, 해당 앨범 속에 버벌진트를 등장시킨 것으로 보아 약간은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말을 아끼지 않은 탓에, 본인이 뱉은 말로 인해 미움받는 모습을 ‘저주’ 혹은 ‘개’라고 불리는 것으로 표현한 ‘그 집안의 저주’와 ‘무덤 앞의 개’는 매우 인상적인 스타트다. 그의 행보를 계속해서 지켜봐 온 팬이라면 바로 이해가 될 부분이고, 그렇지 않다고 한들 하나의 소설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전개이다.
이어지는 ‘죽어야만이’는 죽음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느 분야이건 간에, 죽은 뒤에도 기억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어쩌면 죽은 후에야 본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겠냐는 위험한 상상,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주와 같은 그를 향한 미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동시에 드러낸다.
전설로 불리는 누군가와 자신의 공통점들을 비교하며, 그와 같이 되기를 바라는, 그의 삶 속 시련도 자신의 저주와 비슷함을 얘기하는 ‘원숭이띠로부터’, 태어나는 것은 선택이 아니지만, 어떠한 사람으로 살아갈지는 본인의 선택임을 이야기하는 ‘그게 사람’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나 ‘원숭이띠로부터’에서 약간의 싱잉을 시도한 점, 그리고 뒤이어 나올 ‘사수자리에게’와의 연결점은, 때로는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던 지난 앨범들의 구성과는 다른 차별점이다. 그런데도 이 앨범에도 단조롭다는 평가가 간혹 보인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누구나 삶 속에서 지치는 순간이 있다. 한 가지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리다가 미쳐가는 과정, 흔히들 무언가에 홀렸다고 말하기도 하는 모습. ‘귀신이 되어’는 그러한 모습을 사람이 아닌 귀신이라 말한다. 이 곡의 특이점은, 사람과 귀신과의 구분을 분명하게 하였음에도, 귀신이 되어가는 것이 자의인지, 저주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설이라 불리던 존재들이 어떻게 변해갔는가를 되짚어보는 ‘전설들의 불빛’은, 몇몇에게는 다소 불쾌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디스의 의미가 아니라, ‘전설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하나의 개념일 뿐’이라는 이 앨범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수자리에게’는, 앞서 말했듯 ‘원숭이띠로부터’와 연결성을 띠고 있는 트랙이다. 손 심바가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한, 닮고자 했던 한 전설로부터 들리는 해답이다. ‘그가 사람들의 입에 담길 때, 이름이 달리 불리는 까닭 이제 알 것 같아, 같아, 같아’라는 가사는, 이 앨범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마지막 트랙 ‘그들의 말로’에서는, 앞서 말한 존재의 유형 모두를 ‘그들’이라 표현하며, 그것들 모두 다 같은 사람임을 말한다. 특히나 앨범 내내 불분명하게 발음하던 ‘전설’이라는 단어를, 마지막에 와서야 확실하게 내뱉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과 연결 짓는 모습, 그리고 그의 삶을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도 재미있는 허구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들어낸 연출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연출에 있어서 손 심바와 같이 엄청난 노력을 쏟았을 비앙에게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귀신의 말로’후반부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마치 무가를 연상캐 하였고, ‘사수자리에게’에서 ‘그들의 말로’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연결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족을 붙이자면, 손 심바를 미워하는 몇몇 사람에게 약간의 원망 섞인 투정을 하고 싶다. 오죽하면 스스로를 개라고 칭했으며, 자신을 향한 말들을 저주라고 표현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손 심바가 이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듯, 저주에 걸렸건, 귀신이 되었건, 개로 불리건 간에… 우리 모두 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살과 살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사람 말이다.
비앙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badassviann
손 심바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imbasono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