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rampage(램페이지) Album: trap page Release date : 2023.05.27 |
Rampage(램페이지)는 작년 12월, ‘rampage on drill’이라는 3곡짜리 싱글 앨범으로 데뷔를 한 래퍼이다. 해당 앨범은 적개심이 가득한 공격적인 랩을 통해서 드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었고, 램페이지라는 이름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번 ‘trap page’는 보다 직접적인 묘사들이 가득 담겨있다. 특히 약에 대한 묘사들이 가득한데, ‘trap’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약 밀거래 장소를 뜻하는 ‘trap house’라는 슬랭에서 유래한 만큼, 트랩 장르에서 약은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INTRO (감기)’의 시작부터 ‘Pop a pills like 감기/또 먹어 약이 날 삼킴’과 같은 가사로, 앨범의 주제가 무엇인지 숨김 없이 드러낸다. ‘I was trap in 서빙고/확실히 알았지 서울은 아무나 못 믿고’라는 가사 또한 인상적이다. 약을 파는 트래퍼의 삶을 숨김 없이 표현한 것이라면 그 자체로 솔직한 멋이 있는 가사이고, 타지 출신으로서 경험한 서울살이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한 비유라고 생각해도 충분히 멋있게 받아들여지는 가사이다.
Mac Kidd(맥키드)와 함께한 ‘재배치’ 또한 흥미로운 가사가 가득하다. ‘Fucking snitches 쥐새끼는 절대 몰라 lowkey’라는 가사를 보면 밀고자들을 snitches로, 비밀을 lowkey로 표현했음에도 쥐새끼라는 한글 단어를 넣으면서 재미를 더했고, ‘아저씨 경찰 아니세요? 바로 튐’ 같은 가사를 통해 외국 힙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클리셰를 한국식으로 비틀었다. 그리고 맥키드의 랩은, 파열음을 살린 한글 발음이 듣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클리셰를 비틀었다. 멀리 외국의 사례를 들 것도 없이, 미란이의 ‘명탐정’ 뮤직비디오를 예시로 들어봐도 도주 장소는 분명 도심 속이며, 도망자의 복장은 검정 항공 점퍼와 청바지, 검정 마스크 등의 평범한 복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재배치’ 뮤직비디오 속 배경이 도시가 아니라는 점, 도주하는 장면 속에서도 화려한 후드를 입고 있는 점 등이 확실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러한 착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멋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Murda flow’ 또한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약에 관한 가사가 가득하지만, 이 곡은 약 얘기에 더해서 힙합을 대하는 태도 또한 담아낸 곡이다. 특히나 ‘Trap 한다면서 ㅈ 부자던데 이 바닥 사정은 왜 나만 알까/간지도 없이 다 rap하던데 real talk을 뱉는 왜 내가 더 나을까’라는 가사가 앞서 말한 두 가지 주제를 모두 담아내고 있는 표현이다. 같이 약을 하다가(혹은 팔다가) 잡힌 친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까놓고 말해 나 숨길게 많아’라 말하는 가사는 ‘real talk’이라 말했음에도 진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이어지는 ‘TOXIC’에서는 ‘When I was 16, 현장 체포 기록/한 대 말아 피고 우린 기분 높아, 미소’라는 가사를 통해 대마초에 대한 경험을 묘사하고 있는데, 드러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만을 드러내는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잘 짜인 픽션인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애석하지만 약은 힙합에서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제이고, 특히나 트랩은 장르의 어원부터 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랩은 자신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는 주요 수단이며, 해당 앨범은 숨길 것은 숨기면서도, 적나라하게 풀어놓는다. 너무 적나라하기에, 이것이 실제인지 허구인지 혼동이 올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BILL STAX(빌스택스)의 ‘DETOX’ 정도를 제외하면, 약에 대한 경험이나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이렇게 대놓고 드러낸 앨범을 찾기 힘들다. 보통 이런 주제의 앨범은 슬랭이나 과장된 비유가 가득한 것에 반해, 램페이지의 ‘trap page’는 (물론 슬랭은 가득하지만) 직설적인 한글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국식 트래퍼의 삶을 묘사했다는 점이 인상 깊고,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