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SPARKY Album: 탈의실 Release date : 2023.07.21 |
필자가 SPARKY(스파키)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2021년 5월에 발매된 앨범 ‘Unicorn’s Fancy Resume’를 통해서였다. 타이틀곡 ‘Squash!’는 둘이 하는 사랑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혼자 벽에 치는 스쿼시였다는 비유가 인상적이었으며, 앨범 커버와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지는 비주얼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들었으며,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염색머리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이후 작품들을 통해서도 본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에 진심을 보였으나, 이번 ‘탈의실’은 앨범 소개에서부터 많은 것을 내려놓으며, 비로소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첫 트랙 ‘Airplane’은 마치 책을 읽듯, 곡 안에서의 등장인물은 Sonya(혹은 그녀), 남자, 딸과 같이 삼인칭으로 표현된다. 가정폭력과 타지 생활, 그 속에서도 본인을 키우기 위해 했던 엄마의 노력은 어둡게 다가오는 주제이지만, 경쾌한 멜로디 속의 밝은 음성과 삼인칭 화법으로 풀어냄으로써 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VIVA MAGENTA’는 스파키 본인을 선분홍색이라 정의한다. 이 앨범은 초반 두 트랙만으로도 굉장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으며, 기존의 스파키의 음악을 모르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청취에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JET LAG’에서 인상적인 점은, 청각적인 장치이다. ‘나 환상 속에 살려 하네’라는 동어를 반복하면서도 음정과 속도를 달리하며 재미를 주었고, 훅에서는 ‘JET LAG’이라는 동어를 반복하되, 동시에 다른 문장을 교차시킨다. 이어지는 ‘CUXT’에서는 여성 아티스트로 살아가면서 듣게 되는 루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훅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cunt라는 단어는 다르게 말하면 pussy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가위 들고 와 CUXT’라는 표현은 성기를 잘라버리겠다는 묘사이다. 원래 웃으면서 때리는 놈들이 가장 무서운 법인데, 이 곡 또한 밝은 음성으로 자극적인 표현을 뱉는 것이 무섭게 느껴진다.
‘PGNC’ 이후로는 반전된 매력이 보인다. ‘Pretty girls never cry’라 말하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Down/fall’부터는 내면의 슬픔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난 자라지 않았어 단 한뼘도/이 고깃덩일 말하는게 아냐/난 익히질 못했어 단 한번도/그저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라는 가사를 들었을 때는, 어떠한 코멘트보다는 위로를 먼저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0380’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핵심이기에, 이 곡이 타이틀인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된다. 다른 곡들과 다르게 목소리까지도 슬프게 들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훅에서 미묘한 변화가 보이는데, ‘거기 내가 있어’라 말하던 훅은 어느새 ‘거기 내가 있었어’, 그리고 ‘거기 나는 없어’라 말한다. 가사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방에 불을 꺼놓고, 전화기는 통화내역까지 싹 지운 후, 욕조에 들어가 녹음을 켜놓은 채로 내면의 이야기들을 뱉는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의 불안들을 싹 다 꺼낸 후, 그것을 다시 상기하며 느낀 감정들을 풀이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어지는 ‘Sainbell shell beach’ 또한 실제 해변을 보고 쓴 곡이 아니라, 상상에 의해 쓴 곡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 속 ‘호접지몽’이라는 표현이 이런 생각에 설득력을 더해주지만, 진실은 창작자만 알 것이다. 어디까지나 추측할 뿐.
‘내가 미쳐버린 건에 관하여’에서는 스파키 본인의 현생에 관해 얘기한다. 앞서 엄마의 얘기를 풀어낸 첫 곡 ‘Airplane’과 달리, 이 곡은 일인칭으로 표현되는 것이 특이점이다. 다시 앨범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스파키의 엄마는 본인의 꿈인 유치원 교사의 꿈을 포기하고 사랑을 찾아 떠났으나 그것에 실패했으며, 이후에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모습을 노래한다. ‘예쁜 신부에서 외딴 섬이 되어버렸잖아’, ‘”힘들었겠네” 그녀 참 조용해’ 같은 가사는 이야기의 결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바로 뒤이어 ‘She deserves it all Turn back that airplane’이라 말한다. 다시 현시점에서는,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음악을 하는 스파키의 모험 같은 삶을 그리고 있다. 결국은 본인의 성공을 통해서 엄마에게도 성취감을 가져다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트랙 ‘WONDER WEEKS’는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아기가 성장하면서 불안을 겪는 시기를 의미하는데, 이 곡에서 말하는 바는 성장통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PGNC’에서 울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나, ‘0380’과 ‘Sanibell Shell Beach’를 통해 내면을 비워냈고, ‘내가 미쳐버린 건에 관하여’에서 내면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내는 과정을 지난 후, 마침내 ‘Finally, I can cry’라 말한다. 성장통을 겪으며 삶의 깨달음을 얻은 모습이다. ‘9 month after 이미 발로 차고 나온걸/그때 훔쳐 갖고 나온 짤 판과 말도 전부 나/내내 끼고 살아 무게를 잊었다’라는 가사가 인상적인데, 이는 결국 앨범 소개와 이어지는 부분이다.
‘내 삶의 무게를 옷이라고 치면,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탈의실이다. 난 여기에 입고있는 모든 것을 널어놨다. 나는 전부 다 벗고 나오거나,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올수도 혹은 그 무엇도 바뀌지 않은 채 들어간 그대로 나올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듣는 이의 추측만 있을 뿐’
‘All this shix is mine’이라는 가사를 보면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보이지만, ‘아니 조금 달라 깨닫고야 말았지’라는 가사를 보면, 안에 입은 옷 한 장 정도는 벗어놓고 나온 것이 아닐까 싶은 추측이 든다. 삶의 무게는 여전히 무겁고, 때로는 벗어던지고 싶지만, 여전히 내려놓지는 못한 채로 이제는 받아들이며 살아가겠다는 결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