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이영지
Album: 16 Fantasy
Release date : 2024.06.21 

한 명의 힙합 리스너로서 이영지의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MIC SWG 5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분명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부석순 파이팅 해야지 (Feat. 이영지)’는 탄탄한 래핑을 보여주면서도 공감을 사는 가사로, 힙합 리스너가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도 각인되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음악보다는 예능에 집중했다는 평가조차도, 개인의 재능을 활용한 것이기에 그 자체가 비판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MIC SWG 5 당시의 JJK의 표현을 빌려서) 댐핑 있는 여자 래퍼가 보기 드물다는 점에서 힙합 리스너들의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앨범은 그런 기대치를 채워 주기에 다소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본인의 유감없이 보여준 앨범이라 말할 수 있겠다.

’16 (Intro)’속 ‘부러우면 제발 말로 하길 바래 친구’, ‘You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비꼬고 있다. ‘My cat’에서는 본인보다는 반려묘의 특별함을 묘사하며,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Small girl (feat. 도경수 (D.O.))’에 와서야 본인의 특별함을 보여주지만, 그것 또한 큰 키라는, 주변에서 마주할법한 소재다.
곡 안에서의 소녀는 ‘Boy, I got a small girl fantasy’, ‘Though I got a big laugh, big voice & big 말로 다른 소녀들과의 다른 점을 표현하며, 이런 본인도 사랑해 줄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그리고 곡 안에서의 소년은 ‘니가 뭘 원하던지간에 난 항상 똑같아’, ‘Girl I don’t got no fantasy’등의 말로 소녀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곡의 마지막은, 소년과 소녀가 훅을 같이 부르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서로 다른 화자를 통해서 뱉은 말이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 하나라는 것을 표현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영지 단독 작사이기도 하고)
자신의 공연, 그리고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썰을 , 길을 가다가 되는 여자애가 ‘오빠’라 외치며 다가와 나란히 모습을 보며 느낀 감정을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큰 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내 남자에게만큼은 앙증맞고 싶은 기분.

이처럼 앨범 속 특별함으로 묘사된 부분들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소한 특별함이다. 앨범 타이틀을 ’16 Fantasy’라 붙인 것도, ’16 (Intro)’에서 연예인이라는 자신의 특별함을 그저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만 묘사하며 ‘난 대가리만 다 큰 열 여섯살’이라 말한 것 또한 같은 맥락임과 동시에, 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ADHD (feat. 잠비노 (Jambino))’와 ‘모르는 아저씨’는 주변에서 접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들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신없어 보이고, 실수가 많은 ADHD의 모습을 ‘고장난 삶’이라 표현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지만, 피쳐링 잠비노는 ‘너는 너 그대로 온전하니까’라는 말로 위로한다.
‘모르는 아저씨’는 이제는 지나간 일이라는 듯 ‘나에겐 당신도 그저 모르는 아저씨지’라 표현하지만, 곡 안에서 묘사한 과거의 모습은 분명 밝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편부모 가정이라는 환경이, 살아온 입장에서는 기억, 혹은 아픔은 남을지라도 일상의 일부지만, 타인의 시선에서는 동정, 심한 경우는 그것이 편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앨범을 마무리하는 ‘TELL ME !’에서 말한 ‘파란색 자전거에 초록색 안장도 상관 없겠지 뭐’같은 표현은, 이미 앞서 ‘Small girl (feat. 도경수(D.O.))’과 ‘ADHD (feat. 잠비노 (Jambino))’에서 타인의 입을 통해 말한 특별함을 받아들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편견, 혹은 이유 모를 공포 등과 싸우며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는 마무리이지만, 한편으로는 앨범 전반에 깔린 메시지를 그저 반복하는 것에 그치는 것 같아서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앞서 앨범 속 특별함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특별함이라 말했지만, 특별함을 느끼는 지점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는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것일 수 있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My cat’ 속 화자의 모습이 유별나게 보일 수 있다.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르는 아저씨’ 속 화자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비슷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입장에서는 위안이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로 대중성만을 노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힙합 리스너들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벌스만으로 가득 채운 앨범도 아니다. 이 앨범은 온전히 이영지 개인을 풀어내며, 해소의 수단으로 쓰인 앨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러닝타임과 마무리에 다소 아쉬움은 남지만, 그럼에도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

  • 염철현

    커뮤니티에 100개 이상의 리뷰를 올린, 자(!)타공인 헤비 리스너.
    여러 웹진에 글을 기고했으나, 매번 아깝게 떨어진 바,
    결국은 이렇게 사람을 모아서 웹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