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릴재우 (Lil Jaewoo) Album: 릴재우는 살아있다 Release date : 2023.06.04 |
요즘의 홍대 언더그라운드 공연에 관심이 있는 리스너라면, 아마 릴재우(Lil Jaewoo)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무료 공연, 유료공연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공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30(서리) 크루가 진행하는 강차백(강력하고 차가운 피드백)등 여러 컴퍼티션에 참여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해당 앨범으로 릴재우를 처음 접한 리스너라면, 첫 트랙 ‘살아있다’부터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정박에 라임을 배치하는 랩핑은 요즘 시대에는 보기 드물고, ‘성장 속도는 버스커버스커보다 빠름 빠름 빠름’과 같은 가사 또한 요즘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동시에 90년대생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가사이다. 랩 스타일 또한 나쁘게 말하면 올드하다고 할 수 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탄탄한 발성이 릴재우의 매력이다.
이어지는 ‘OFFLINE ONLY’ 또한, 온라인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해진 시대에 오프라인을 추구하는 모습이 요즘과는 맞지 않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릴재우는 올드하건 아니건 상관 없이, 그저 자신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컬리 또한 ‘이미 팬 되어버린 릴재우는 내 공연에 반해 해달라 하네 피쳐링’이라는 말로 본인의 벌스를 마무리한다. 사운드 클라우드나 유튜브를 통해서 발굴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쳐링을 부탁하는 것이 너무 당연시된 시대이기에, 릴재우가 뱉는 곡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저녁메뉴추천’은 릴재우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트랙이다. Wack MC들을 비판하며 자신을 치켜올리는 가사 대신에 ‘니꺼 들으면은 하품이 나 오늘 저녁 메뉴에 대한 생각뿐이야’ 같은 가사를 뱉은 뒤, ‘내가 다 바꿀 시간’이라며 자신의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백마디 말보다 한마디 Bar’ 또한 재치 있는데, ‘난 탕수육을 탕슉이라 발음해 왜냐 공연 전에 목 아껴야 하기에’라는 단 두 마디로 이루어진 곡이다.
‘1 Free Drink가 있어 불행’, ‘언제까지 언젠가는’, ‘그래도 공연은 해야지’는 지금의 언더그라운드 공연 문화를 잘 보여주는 가사이다. 돈 모아서 공연장을 대관해서 공연해도 관객은 지인뿐이고, 그마저 본인들 차례만 끝나고 집에 가거나, 혹은 공연 페이 또한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로는 막막하다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공연은 해야지’라는 말과 함께 앨범을 마무리 짓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릴재우는 여전히 살아있다. 군대 전역한 복학생처럼 화석 취급을 당할지라도,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할 뿐이다. 트랙의 주제가 한정적이라거나, 올드한 가사나 비트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한 명의 언더그라운드 래퍼이자 퍼포머, 공연 기획자로서 씬에 녹아들어가는 모습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돈을 모으고, 돈을 내가면서 공연하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할지도 모른다. 여러 공연 기획자와 부딪혀가며 이 바닥의 생리를 깨달은 후,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모습은 힙합 팬으로서는 리스펙 할만한 부분이지만, 힙합 팬이 아니라면 이러한 모습 또한 바보처럼 여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누구도, 그리고 앨범 속 화자인 릴재우 본인도 그 ‘왜’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열정이나 낭만 같은 단어로 치환되기에는 볼품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