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이센스윙스(esenswings) Album: 돼지의 왕 Release date : 2022.09.18 |
이센스윙스(esenswings)는 그 자체로 말이 많은 인물이자, 그에 대해 할 말 또한 많은 인물이다. 필자 역시도 그와 같이 커뮤니티에서 구르며 그의 악플들도 직접 눈으로 본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리뷰가 친분에 의해 작성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음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 하는 리스너였고, 이름에서부터 진지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초기 작품들은 진지하지 못하다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아마도 ‘일반인’ 앨범에서부터 래퍼의 태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1집 ‘사람이 먼저다’는 분명 수작이었고, 이번 ‘돼지의 왕’ 또한 되짚어볼 가치가 충분한 앨범이라 생각한다.
첫 트랙 ‘왈도’의 훅에서는 ‘짜친 것’과 ‘가요랩’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수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키워드지만, 그 누구도 그것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불분명한 구분은 앨범 전반을 걸쳐서 계속된다. ‘돼지의 왕’에서 말하는 ‘나는 성공한 fan 혹은 실패한 래퍼’라는 구분은 비교적 명확하게 보일지 모르나, 힙합이 좋아서 랩퍼가 된 이들 또한 결국은 힙합의 팬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모호해진다. 앨범 전반에 거쳐서 진지한 어조로 힙합인 것과 아닌 것, 멋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 짓는 이유는, 이센스윙스 본인이 그 누구보다도 한국 힙합의 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두 트랙 사이에 위치한 ‘돼지’에서는, ‘난 여전히도 개새끼라 나 밖에만 알지’라 말한다. 이 구절이 이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로 사석에서는 힙합인 것과 아닌 것에 대해 얘기를 종종 하는 편이고, 여러 커뮤니티 속에서도 그런 논쟁들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정확하게 대답해줄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돼지’의 가사가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 애초에 모든 구분과 평가라는 것이, 주관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대 좀 가라’ 또한 그런 관점에서 받아들여져야 하는 곡이다. 유독 힙합씬에 비현역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정당한 사유, 면제는 모두 이해하지’, ‘깜방, 의가사, 뭐 각자의 상황’이라 말한다. “각자의 상황은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별로 마음에 안 든다.”라는 것이 이 곡의 주된 골자인데, 이것에 대한 설득력 여부를 판단하는 것 또한 각자의 몫이다. 너무나도 많은 이름이 거론된 상황에서 이걸 비난이 아닌 비판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리스너 또한 분명 존재할 것이며, 그런 시선 또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들에게’는 리스너들을 향해 뱉는 곡이라 생각되는데, 돈이 필요하지만, 그것을 쫓아서 본질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각나그네 같은 래퍼는 멸종 직전’이라는 말 이후에, ‘가요래퍼’ 라며 수많은 이름을 언급한다. 이를 가르는 기준 역시 주관적이겠지만, 해당 구절에 통쾌함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해당 트랙의 또 다른 특이점은, 벌스 2의 ‘나도 자유롭지 못해 저격 발언’이라는 구절일 것이다. 그 역시 리스너였고, 게시판 유저였으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발언들을 많이 남겼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결국 일이 터지지 않았는가? ‘개들에게’라 말을 하지만, 본인 또한 마찬가지로 그 개들의 일부일 수 있다.
‘분홍색’은 후반부에 나오는 스킷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 생각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가난했던 시절을 지나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는 가정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왜 하필 분홍색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특정한 색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이용한 의미 부여는 여러 예술 작품에서 쓰이지만, 어두웠던 과거에서 점점 희망을 보는 전개라면 굳이 분홍색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이어지는 ‘행선지’는 제목과는 달리 노선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듯 느껴진다. 후렴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지만, 쐐기를 박는 구절은 ‘한탕하려나 마치 작두 나 아마두/그래도 싫지 하긴 Officially missing you’일 것이다. 혹자는 노선을 바꿨다며 비판하던, 그리고 혹자의 기준에서는 가요 랩으로 정의되는 곡에 대해서 애매하게 언급하는 것은, 그가 앨범을 통해 말하는 인물들을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니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방송 나와서 이름을 알리길 바라는 어머니와의 대화를 담은 ‘Mother’s words (SKIT)’에 이어, ‘개들에게 2’에서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방송이 멋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을 한다. 이 지점에서 앨범명, 그리고 ‘개들에게’라는 제목의 트랙들을 넣는 이유에 대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앨범명인 ’돼지의 왕’은 동명의 에니메이션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으로 보이지만, ‘부조리를 폭로하는’ 것 말고는 에니메이션과 공통성이 없다. 오히려 영화 ‘내부자들’ 속 백윤식의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대사에서 가져왔다고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할지도 모른다. 똑같이 개, 돼지일지라도, 이왕이면 그 안에서 왕이 되어 보이겠다는 태도를 담은 앨범명이라 볼 수 있다.
이어지는 ‘Blind’는 해당 앨범에서 가장 무겁게 다가온다. 특히나 ‘미워해도 될 사람으로 난 분류돼’라는 Son Simba(손심바)의 구절이 인상적인데, 이는 이센스윙스의 현재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솔직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지나친 솔직함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지막 트랙인 ‘라러젠 2’는 하나의 싸이퍼를 보는 기분이었다. 각자가 뱉는 주제가 모두 다르다고 생각되며, 단체곡 하나쯤 넣고 싶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만들어진 곡이 아닐까 싶다.
해당 앨범은 다소 난잡하게 느껴진다. 앨범 속 비판의 대상이 지극히 주관적이며, ‘돼지의 왕’이라 말을 하지만 결국 본인도 똑같은 ‘돼지’이고, ‘개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표방하지만 결국 그도 ‘개’였던 시기가 있거나, 지금까지도 ‘개’로 분류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불분명한 얘기를 하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서사에는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 트랙들이 일부 있으니 다소 난잡하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솔직한 본인의 생각을 뱉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MC라 불리기에 충분한 음악이고, 자신을 증명하는 것에 어느 정도 성공한 앨범이라 생각된다.
솔직함에 매료되어서 힙합의 팬이 된 이들 또한 많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작은 것에도 편을 가르며 싸우게 되고, 무언가를 표현하면서 눈치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솔직함은 여전히 힙합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고, 이센스윙스는 많은 이들이 잊고 있던 매력을 다시금 상기시킨 인물이다. 과거에는 블랙넛(Black Nut), 그리고 더 이전에는 김디지(Deegie)등의 래퍼들에게 느꼈던 매력 말이다.
게시판 속 악플러 출신임을 캐릭터로 내세운 것은 양날의 검이다. 혹자는 이렇게 다양한 이름들을 언급하는 이유를 그저 어그로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본인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힙합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쫓을 뿐이며, 멋없는 것에 대해 멋없다고 솔직히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일 뿐이다.
이센스윙스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esens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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