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손 심바(Son Simba)
Album : Names
Date : 2018.7.11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름은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에게 신은 피조물의 이름을 짓는 역할을 맡겼으며, 새로 태어날 생명의 이름을 지을 때도 우리는 신중히 짓는다. 이렇게 이름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유는 이름이 단지 그 사람을 부를 때 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까지도 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손 심바의 정규 1집 ‘Names’도 ‘이름들’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삶을 살아오면서 얻게 된 이름들과 그 뒤편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손 심바라는 래퍼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배경에는 하이라이트 레코즈와의 디스전이 주요했으며 이는 당사자인 손 심바 본인에게는 더 큰 사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손 심바는 사건을 통해 느낀 것들을 첫 번째 트랙 ‘첫단추’로 풀어낸다. 디스전을 통해 공격받게 되어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사람들의 말들이 첫 정체성으로 자리 잡아, 시련을 겪고 후회의 경험도 했던 과거와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려는 의지를 써낸다.

두 번째 트랙인 ‘끝자리’는 ‘첫단추’와 대조되는데 처음과 끝이라는 단어를 담아낸 제목과 후회하지 않으려는 당찬 의지를 나타내던 모습에서 추한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모습으로 대비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특히 손 심바는 래퍼의 정체성을 배경으로 한 비참을 보여준다. 힙합 씬 내에서의 흔히 인맥 힙합이라고 불리는 인간관계와 그곳에서 본인도 그 관계를 이용하려 했던 어긋난 열망과 소외를 써내 본인, 그리고 힙합 시장의 치부를 풀어낸다.

세 번째 트랙 ‘악수’는 손 심바가 본격적으로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키워나가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며, 현재는 그 과거가 역사로 자리 잡게 된 상황의 감정을 담아낸 곡이다. ‘악수’ 또한 ‘끝자리’와 비교했을 때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데 ‘끝자리’는 거대한 힙합 씬 중심의 이야기를 나타내고, ‘악수’는 힙합이라는 땅의 변두리에 있지만 손 심바에게는 안정감이나 추억이 담긴 과거를 잃어가는 상황의 이야기를 나타냈기에 청자에게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온다.

네 번째 트랙 ‘우리’는 다시 힙합 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신념을 정체성으로 들고 온다. 또한 한국 힙합 씬의 거대한 요소인 쇼미더머니에서의 반응을 통해서, 앞에 이야기했던 사건·사고와 손 심바가 했던 힙합 씬에 대한 비판들이 눈총으로 바뀌었던 모습을 우리라는 정체성 안에서 손 심바를 옭아매는 우리로 표현한다.

사대주의는 주체성 없이 자국보다 강한 나라를 맹목적으로 섬기는 태도를 의미한다. 한국 힙합은 늘 사대주의를 고질병으로 가지고 있었다. 당장에 힙합을 꽤 듣는다는 대중들도 흑인들의 랩을 보고선 무작정 “한국 힙합 100% 멸망”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손 심바는 다섯 번째 트랙 ‘혈서’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배경으로 이러한 힙합 문화에서의 사대주의를 비판하는데, 그 사이에서도 본인 또한 사대주의를 지향했던 과거를 이야기함을 통해 진솔한 고백이 묻어 나오는 점이 인상 깊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아닌 게 너의 칭찬이 돼”라는 후렴구의 가사는 비와이의 앨범 ‘The Movie Star’의 트랙 ‘찬란’에서도 오마주 될 만큼 뛰어난 구절이다.

여섯 번째 트랙의 제목인 ‘업햄’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오는 인물로 작중에서 불안정하고 비겁해 보이는 행보로 비난을 많이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의 감독인 스필버그는 이런 업햄을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손 심바가 트랙의 이름을 ‘업햄’으로 정한 이유도 비겁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본인의 비겁했던 나날들을 고하는 마음에서 정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런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이 신념을 정체성으로 하는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보이게 만든다.

“배고픈 예술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술과 자본은 평행선을 달리는 분야처럼 우리에게 느껴진다. 손 심바는 일곱 번째 트랙 ‘롤렉스’에서 예술가를 정체성으로 하여 자본과의 갈등과 열망을 풀어낸다. 특히 힙합 씬은 흔히 머니 스웨그로 일컬어지는 돈을 과시하는 문화가 팽배해져 있다. ‘롤렉스’에서는 이를 롤렉스를 은유의 매개체로 삼아, 그 문화 사이에서의 언더그라운드 래퍼로서 손 심바 본인의 내적 갈등과, 상황 속에서의 본인이 느끼는 동경과 자괴감 같은 진실한 감정들을 써낸다.

여덟 번째 트랙인 ‘순정’은 손 심바의 큰 정체성 중 하나인 신앙을 혼전순결을 소재로 하여 풀어낸 곡이다. 그동안 앞에서 나열한 삶의 가치, 정체성과 나약함 사이의 감정들이 실제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의 가사로 써냈다. 이는 세 번째 트랙인 ‘악수’와 더불어 가장 손 심바 본인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가장 개인적인 곡이라고 생각한다.

아홉 번째 트랙의 제목이 ‘이센스’인 것은 ’Names’가 앨범명인 것과 지금까지 나열한 글들이 손 심바에게 붙여진 이름들, 즉 정체성에 대한 설명임을 생각했을 때 흥미로운 점이다. 왜냐하면 ‘이센스’는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타인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손 심바는 이센스가 들어왔던 소문들을 가사로 적어내는데, 여기서 마무리했다면 이 트랙은 단지 타인의 정체성을 나열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손 심바는 본인을 이센스에 투영한 후 그 들어왔던 소문들을 본인의 정체성에 대입해 본인의 신념과 가치를 비춘다.

마지막 트랙 ‘이름들’은 이 글의 서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앨범명 ’Names’를 한국어로 쓴 것이다. ‘이름들’은 ‘이센스’에서 이어진 것 같이 ‘신기루’의 씨잼, ‘컴백홈’의 테이크원, 이센스, 팔로알토 등의 타인의 정체성, 이름들이 자신에 끼친 영향을 적어낸다. 이후 재력 과시나 여성 편력 등으로 대표되는 래퍼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자신의 진실하고 솔직한 정체성을 힙합으로 표현하며 앨범을 마무리한다.

지금까지는 앨범의 서사적인 측면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서사적인 구체성 말고도 청각적인 부분에서의 매력도 있다. 바로 한국적인 분위기를 동양 악기나 샘플 없이 서양 악기를 사용해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음악의 기본적인 틀은 90년대의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곡 후반부에서 사용된 피아노 솔로 등의 악기 활용은 마치 한국 대중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혈서’에서 깊게 다뤘던 주제인 한국 힙합하고도 연관되는데, 미국의 흑인 사회에서 건너온 힙합이라는 문화와 우리나라의 정서가 융합된 손 심바의 음악적 표현방식을 나타내는 듯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는 우리의 정체성이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손 심바는 이 이름들을 가지고 우리가 어떤 방식과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자신의 삶을 비춰 말해주는 듯하다. 그는 아직도 솔직함을 무기로 가져 칭송과 동시에 공격받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트랙 ‘이름들’에서 언급했듯이 그의 태도는 당당히 힙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현대화되어 모든 것이 상대적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기존의 전통적 가치가 무시당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침묵보다는 진실을 위해 솔직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https://youtu.be/O_-rMS4Cwkg

손심바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simbason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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