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Veni , dion! Album: E R A Release date : 2023.03.03 |
Veni(베니)는 Superbee(수퍼비)의 레이블 Yng&Rich(영앤리치)가 진행한 오디션 Drop the Bit(드랍 더 비트)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알린 바 있으며, DION!(디온) 또한 해당 오디션에 참여하였으나, 수술로 인해 1차 현장 오디션에 참석하지 못한 바 있다. 둘은 현재 Blurred Club(일명 BC) 크루 소속이며, 해당 앨범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주로 레이지 장르를 선보이는 Chika(치카)라는 맴버 또한 속해 있다. 근래 씬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크루이며, 팀 단위 작업물로는 해당 앨범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첫 트랙 ‘NEVA LOSE’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이제는 베테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프로듀서 Hecop(헤콥)의 비트 위에, 상대적으로 아직 루키라고 할 수 있는 두 래퍼의 스킬이 어우러진다. ‘계집들 모여도 여긴 아냐 사창가’, ‘쎄한 냄새 나는 새끼들과 멀리 두는 거리’ 등의 가사를 통해서 다른 래퍼들과는 다른 차별점을 두는 동시에, 힙합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어지는 ‘My Turn’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훅의 첫 마디부터 ‘필요 없는 수식어야 누구 copy’로 시작하니, 이미 말 다 한 셈이다. 훅과 개개인의 벌스로 채워진 단조로운 구성이 아니라, 주고받는 랩을 포함한 트랙을 가운데에 배치하여 청자들에게 듣는 재미를 준 것 또한 인상적이다.
마지막 트랙 ‘WE GOTTA GO’는 이들의 서사를 드러내는 트랙이다. 디온의 경우 첫 문단에서 말한 수술 경험을 가사로 풀어냈으며, 베니의 경우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사건을 풀어내되, 함축적인 비유가 아닌 날 것 그대로의 단어들을 적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간 스킬 위주의 랩을 선보이다가 해당 트랙에 와서는 베니의 플로우가 비교적 단조로워졌다는 점이다. 가사 전달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 탓인지도 모르지만, 세 곡뿐인 앨범에서 마지막 트랙에 와서 조금은 느슨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기에, 약간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세 곡 모두 다른 프로듀서의 비트를 활용하였음에도 어색하지 않았으며, 짧은 앨범임에도 구성면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넘치는 포부를 드러내는 가사, 그 포부가 허세가 아님을 보여주는 듯한 탄탄한 랩스킬 또한 인상적이다.
한국 힙합씬이 커지면서, 여성 래퍼의 수 또한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렇지만, 아직 여성 듀오로서의 앨범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런 것들에 대한 갈증과 더불어, 멜로디 없이 오로지 랩에만 충실한 작품을 찾는 것이 어려워진 것도 현실이다.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해당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 싶다. 앞으로 베니와 디온, 그리고 BC 크루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