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tist : 비니! (B!ni) Album: outrO Release date : 2022.09.22 |
2021년 9월 27일, 안병웅 (Ahn Byeong Woong)과 아프로 (Apro)의 힘을 더해 비니! (B!ni)의 데뷔 싱글 ‘저 인형’이 발매된다. 싱글 ‘저 인형’에서 아프로 (Apro)와 안병웅 (Ahn Byeong Woong)의 역량도 대단했지만, 곡의 주인인 비니! (B!ni)는 색이 뚜렷하면서도 동시에 듣기 편하게 끌어당기는 보컬을 가졌으며, 신인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노련함이 돋보였다. (추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비니! (B!ni)는 2020년 ‘사실은’이라는 이름으로 데뷔싱글을 발표하였으며, 당해 12월까지 세 트랙을 발표했었다.) 비록 그 당시 공개된 건 ‘저 인형’ 한 트랙뿐이었지만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비니! (B!ni)의 퍼포먼스와 감성은 자연스래 눈길을 끌었고,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후 발표된 두 번째 싱글 ‘러브송’을 통해 장르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던 비니! (B!ni)는, 2022년 8월 4일 ‘!ntro’를 시작으로 EP앨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래픽 아티스트 이원엽 작가님과 같이 진행한 EP앨범 프로젝트는 1주 간격으로 싱글들을 그래픽 아트와 비주얼라이저와 함께 공개하며 진행되었다.

▲왼쪽 위에서부터 [!ntro], [수선], [울퉁불퉁], [꼬리고기] 아트워크 (출처 : b!ni)
마지막 선공개 곡인 ‘꼬리고기’가 공개(2022.08.25.)된 이후, 1달 만에 EP앨범 [outrO]가 공개되었다. 기존 선공개된 트랙 4개에 새로운 트랙들이 추가되어 공개된 이 앨범은 9트랙 (키트 앨범은 10트랙)의 큰 볼륨을 자랑하지만, 러닝타임은 10분 11초으로 파격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스킷 트랙들을 제외하면 5트랙임을 감안해도 짧은 러닝타임이다.) 앨범은 물론 각 트랙들도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것과는 별개로 [outrO]는 그만큼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 앨범이며, 동시에 아티스트 비니! (B!ni)의 색과 세계관을 청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기엔 충분한 앨범이었다. 어떤 트랙에서는 나레이션을 넣기도 하고(나레이션이라 하기엔 랩에 가까운), 벌스와 훅의 경계가 모호한 트랙도 있을뿐더러, 러닝타임이 1분 언저리에 머무르는 트랙까지 앨범 전체적으로 표현방식은 물론 곡의 구조, 진행방식 모두 일반적인 트랙 구성(벌스1 – 훅 – 벌스2 – 훅)과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앨범의 구성 자체도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점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각 트랙은 각각의 풍선처럼 트랙 시작과 동시에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트랙이 끝나는 순간 부풀어버린 풍선은 터져버리며 깔끔하게 정리된다. (해당 부분은 앨범 아트워크와 비주얼라이저에 있는 풍선 오브제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모든 트랙이 1~2분 내외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빠르게 전개되며, 동시에 최소한의 간주로 트랙의 빈 공간이 최소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각 트랙은 각자 다른 색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개성이 강해 잘 이어지지 않는데, 각 트랙들 사이사이에 바스큘럼(vsclm)과 여호(Yeoho)가 프로듀싱한 스킷 트랙을 배치하여 완전히 다른 색을 가진 트랙들임에도 각 트랙이 서로 튀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 트랙들은 하나의 개성을 발휘하면서도 하나의 앨범으로서 완결성을 가진다. 이제 비니! (B!ni)가 만든 감정의 연결을 하나씩 따라 가보자.
▲비니! (B!ni) – !ntro
앨범은 인트로 트랙이자 첫 번째 선공개 트랙인 ‘!ntro’를 시작으로 막을 연다. ‘!ntro’는 앨범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트랙인 동시에 인트로 트랙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비니! (B!ni)의 나레이션(나레이션이라기엔 랩에 가깝지만)으로 진행하는데, 사이사이에 비니! (B!ni)의 노래가 추가된다. 이 트랙에서 비니! (B!ni)는 고마운 사람들(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편지처럼 마음과 감정을 정리해서 진지하게 담아내는 느낌보단 친한 사람에게 진심을 간접적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비니! (B!ni)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리스너들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가사를 보면, 하나의 나레이션이 아닌 여러 개의 나레이션 트랙이 결합된 형태였는데, 이는 단순히 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 아닌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로의 고마움으로 확장된다. 비니! (B!ni)는 짧은 인트로를 통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앨범을 화려하게 시작한다.
▲비니! (B!ni) – 수선 (Feat. Taeo)
짧막한 스킷 트랙 ‘|’이 지나간 뒤에 태오 (Taeo)가 피쳐링한 트랙 ‘수선’으로 이어진다. ‘수선’에서 두 아티스트는 연인이라면 무조건 거쳐가야만 하는 ‘서로가 다름’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니! (B!ni)와 태오 (Taeo) 모두 담담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로 풀어간다. 비니! (B!ni)는 어딘가 맞지 않은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태오 (Taeo)는 어긋난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트랙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얘기할 뿐 그 뒤의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두 화자가 결국 헤어졌을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극복했을지는 리스너의 해석에 맡긴다.
표현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두 연인이 서로에게 맞추는 과정’을 수선이라는 것으로 표현한 가사
“수선을 맡겨서 / 맞지 않는 너를 / 내게 꼭 맞춰서 / 차라리 사이즈 탓해서 / 억지로라도 지퍼 붙여서 / 나를 끼워 맞추고 싶었어”
는 서로에 대한 사랑하는 감정 표현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이러한 가사는 화자에 몰입하여 연기하는 두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에 더해지며 감정이 진하게 더해진다.
▲비니! (B!ni) – 울퉁불퉁
앨범은 작은 조각들을 거쳐 세 번째 조각 ‘울퉁불퉁’으로 이어진다. 비니! (B!ni)는 ‘어떤 상황이 지나간 뒤에 남은 복잡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트랙 소개글의 “함부로 걱정하는 이기적인 마음”라는 문구처럼 변한 상황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복잡한 마음을 ‘울퉁불퉁’, ‘얼룩덜룩’이라는 표현을 통해 시각적으로 확장하여 잘 표현해낸다.
앨범 [outrO]가 각 트랙마다 그 순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만큼, ‘울퉁불퉁’에서도 어떠한 상황이 지나고 난 후에 발생하는 복잡한 감정 그 자체를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이 트랙은 듣는 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하지만 이전 트랙 ‘수선 (Feat. Taeo)’과의 유기성이 돋보인다. 두 트랙 사이의 인터루드 트랙 ‘/’를 기점으로 ‘수선 (Feat. Taeo)’와 ‘울퉁불퉁’은 원인-결과 구조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은 ‘울툴불퉁’의 아웃트로의 가사
“좋아하던 글 / 좋아하던 사진 / 좋아하던 사람 / 좋아하던 곳, 길 / 아무튼 죄 다 좀 / 달라 보이네 / 좋아하는 너 / 좋아하는 너의 / 글과 사진 사람 / 인스타까지 다 / 아 달라 보일까 / 막 무섭네 / 어쩌지 이 맘”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 트랙에서 삐걱거리던 연인 관계가 극복되지 못하고 ‘울퉁불퉁’에 와서 무너져 내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울툴불퉁’은 개별 트랙으로서의 매력을 가지면서 동시에 앨범으로서의 유기성을 가지는 트랙이 된다.
▲비니! (B!ni) – 꼬리고기
앨범은 중반부를 넘기며 네 번째 조각 ‘꼬리고기’로 이어진다. 1분 남짓한 짧은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앨범 내에서 가장 강렬한 트랙이 된다. 이 트랙은 가사가 의미심장하다. 가사 속 비니! (B!ni)는 꼬리고기가 맛있는 동물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트랙인만큼 빠른 템포의 톡톡 튀는 프로덕션과 비니! (B!ni)의 보컬이 똑 부러지게 돋보인다.
“사람들은 다행인게 좋아해 / 나는야 꼬리가 맛있는 동물 / 1센티 적당히 잘라 먹어주세요”
트랙 자체의 밝고 톡톡 튀는 느낌은 다음과 같이 섬찟한 가사들과 만나면서 큰 이질감을 만들어내는데, 특히 훅에서
“피가 줄줄 / 고깃덩어리”
를 밝고 톡톡 튀게 노래하는 비니! (B!ni)의 모습은 섬찟한 느낌을 만들어내며, 큰 이질감을 만들어내어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 트랙 역시 듣는 자의 상황과 생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의지를 남겨둔 트랙이면서, ‘울툴불퉁’과 서사적으로 이어지는 트랙이 된다.
이 트랙에서 화자는 꼬리가 계속 자라 사람들에게 꼬리고기를 제공해주는데, 사람들은 맛있는 꼬리고기를 먹고, 그와 동시에 화자는 상처를 입는다. 자신이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자신을 희생하는 화자의 모습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라는 트랙 소개처럼 이전 트랙 ‘울퉁불퉁’과 이어 이별 후 시간이 지나 감정이 정리된 후, 공허한 마음을 담아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동시에 연인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앨범의 아트워크에도 주목해야 하는데, 아트워크 속 옷핀들은 벌어진 상태로 날카로운 부분이 풍선을 향하고 있는데, 이 트랙에서 담고자했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요소이다.
앨범은 인터루드 트랙 ‘|’를 거쳐 마지막 조각인 ‘outrO’에 도달한다. ‘outrO’는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키트 앨범에만 포함된 보너스 트랙 ‘초록’ 제외)으로서 50초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을 보여준다. 이 트랙은 비니! (B!ni)의 나레이션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트랙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무드를 보여주는데, 이전 트랙까지 달아올랐던 분위기를 차분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outrO’를 마지막으로 하여 앨범은 서사적으로도 구성면에서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다.

▲비니! (B!ni) [outrO] 컨셉 아트 (출처 : b!ni)
이어 키트 앨범을 통해 공개된 보너스 트랙 ‘초록’은 키트 앨범을 가지고 있는 팬들을 위해 공개된 트랙으로 본 앨범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트랙이다. [outrO]의 다른 수록곡들처럼 짧은 러닝타임을 보여주는 트랙으로 발랄한 프로듀싱 위에 톡톡 튀는 비니! (B!ni)의 보컬의 장점들이 잘 드러나는 트랙이다.
비니! (B!ni)는 ‘뭐가 문제죠? 선.생.님’ 이라는 트랙 소개글처럼 가상의 화자가 되어 상담사에게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지난번 말씀하신대로 / 줄있는 노래 위 / 쓰려던 일기의 / 제 문장은 휘어있어요”
“삐끗하면 엇나가는 제 글씨와 / 언뜻보면 그럴듯한 제 라임은 / (이하 중략) / 사람들은 줄있는 노트를 / 좋아하는 모양인데 / 저는 아마도 그렇지가ㅏ 않나봐ㅏ요”
다음의 가사들처럼 기존의 틀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앨범 내 다른 트랙들처럼 이 앨범도 이 고민에 대해서 풀어갈 뿐 자세한 고민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풀어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트랙도 듣는 리스너마다 다르게 해석으로 풀어갈 수 있다.
이 트랙에서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이 트랙에서 비니! (B!ni)의 보컬은 피치가 올라가있는데, 이 부분은 이 트랙 속 화자가 비니! (B!ni) 자신이 아닌 제3의 화자처럼 보이도록 해준다. 하지만 덤덤하게 화자 자신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모습은 음악에 대한 비니! (B!ni)의 근심과 걱정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초록’은 가상의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트랙인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트랙이 되었다.

▲비니! (B!ni) 프로필 사진 (출처 : b!ni)
비니! (B!ni)의 첫 EP앨범 [outrO]는 9트랙(키트 앨범 보너스 트랙을 포함하면 10트랙) 10분 11초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앨범의 구성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비니! (B!ni)라는 아티스트를 드러내기엔 충분한 앨범이었다. 비니! (B!ni)는 각 트랙별로 그 순간의 상황과 감정들을 다양한 색깔로 풀어냈다. 그렇기에 각 트랙들만 따로 싱글컷으로 떼어내고 보더라도 비니! (B!ni)라는 아티스트를 잘 드러낼 수 있었다.
또한 각 트랙들 사이에 짧은 인터루드 트랙들을 배치하여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완전히 다른 트랙이 하나의 이야기의 흐름으로서 유기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리스너의 현재 상황과 경험에 따라, 트랙별로 따로 듣느냐 앨범으로 순차적으로 듣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생길 수 있는 앨범이 탄생하였다. [outrO]는 10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임에도 비니! (B!ni)라는 아티스트의 스펙트럼과 개성, 트랙과 앨범을 구성하고 이끌어가는 아티스트의 능력을 그대로 증명해 보인 앨범이다. 짜임새가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은 앨범일수록 러닝타임이 긴 편인데, 러닝타임과 완성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란듯이 보여준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비니! (B!ni)는 [outrO]의 앨범 소개글에서 ‘내 소중한 껍데기 안녕~’이라고 하였다. 비니! (B!ni)는 이 소중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남겨두는 걸 끝으로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소중한 이야기들을 남기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떠날 것이다. 이것이 앨범 제목이 ‘Outro’가 아닌 ‘outrO’인 이유가 아닐까?
비니! (B!ni)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b.__n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