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얼돼(Errday Jinju)
Album: 얼굴
Release date : 2023.08.04 

‘B.612’ 이후 발매한 두 곡의 싱글에서는, 인정욕구가 돋보였다. ‘경찰서 (Thieves)’와 ‘익절’은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듯, 확고한 컨셉을 가진 곡이었다. 물론 두 곡 모두 좋았지만, 인생을 노래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한 행보였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 ‘얼굴’은, 우리가 좋아하는 얼돼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첫 트랙 ‘손톱’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자라나는 손톱에 비유하며, 살아가며 겪는 고민과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손톱을 자르는 행위로 묘사한다. 이어지는 ‘문신’에서는 ‘내게 아픔을 새겨줘 내 아픔을 잊도록’이라 말하며, 문신을 새기는 이유를 표현한다. 이처럼 이 앨범은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들로 화자의 감정을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나 홀로 집에’는 제목만 보면 가장 직접적일 것 같지만, 쿤디판다의 피쳐링 벌스마저도 추상적이다.

‘바보’ 또한 특정한 사건들을 나열하기보다는 ‘돌아보면 후회 기억 속에 숨네 몰래 미래 미리 보면 참말로 좋을 텐데’ 같은 말들로 표현한다. 무엇을 후회하며, 어떤 미래를 미리 봤으면 좋았을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고인이 된 Riby-J와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그의 본명을 언급한 부분만큼은 이 앨범 통틀어서 유일하게 직접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뒤이어 ‘자장가’또한 과거를 돌아보는 모습이 보이는데, ‘내가 아닌 옷을 입어 보고 나는 돌아’라는 구절에서 앞서 첫 문단에 언급했던 곡들이 떠올랐다. ‘자장가’ 또한 얼돼의 욕구가 드러나지만, 첫 문단에서 언급한 두 곡과는 다른 느낌이다. ‘다시 한번 그 짓 했던 그곳으론 못가’라는 말은 인정을 바라는 것보다는 성공, 혹은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부터의 도망을 갈망하는 듯 보인다.

‘꿈뻑’은 앞선 트랙들의 연장선상이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듯했다. ‘졸다시피 여기까지 와버렸네 어느새/이젠 좀 알 것 같다 싶은데’라 말하는 얼돼의 벌스 뒤로 이어진 라콘(Rakon)은 ‘물음표를 수놓던 스물몇의 천장’이라 말한다. 젊은 날의 방황을 장황한 어휘가 아닌, 이런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곡의 테마와 부합하는 말이다.

마지막 트랙 ‘만나요’는 앨범 속 모든 곡의 주제를 포괄한다. 시간의 흐름, 살면서 겪어온 아픔,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모두 느껴진다. 앞선 ‘꿈뻑’에서 ‘이제는 정말 꿈에서 깨어날 때인가 봐’라는 말로 끝내는 것에 이어, ‘만나요’는 ‘이젠 내 꿈에 나오지 말아줘’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꿈속에서 만나요’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는데, 추상적인 가사들로 인해서 왜 이런 결말로 마무리를 지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해당 앨범만의 특이점이라면, ‘바보’나 ‘자장가’같이 과거를 표현한 트랙에서는 랩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반면, 현재를 표현한 트랙에서는 싱잉과 더불어 장르적으로도 보사노바 등을 차용하는 등, 추상적인 표현 속에서도 작품 속 시제만큼은 분명하게 나타내고자 노력한다. 이런 부분에서 비트의 역할도 중요한데, 그간 얼돼와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프레디 카소(Fredi Casso)지만, 작품 속 화자의 감정을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특이점은, 오로지 화자의 감정에 기반하여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그 중 어느 시점을 표현한 곡이던, 특정한 사건이나 직관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문장과 소리만으로, 화자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이 앨범을 감상하는 바른 방법이라 느껴졌다. 감상자가 개인의 경험을 작품에 대입해보는 등 다양한 감상법이 있겠지만, 문장에 담긴 정확한 의도는 오롯이 창작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지리스닝에 적합한 앨범이면서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다소 불친절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작성자

  • 염철현

    커뮤니티에 100개 이상의 리뷰를 올린, 자(!)타공인 헤비 리스너.
    여러 웹진에 글을 기고했으나, 매번 아깝게 떨어진 바,
    결국은 이렇게 사람을 모아서 웹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