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결산에는 필자 김산하, 필자 염철현, 필자 조경준, 총 세 명의 필자가 참여했습니다.

2023년 1월 1일~2023년 12월 31일 까지 발매 앨범 기준, 필자 개인별 15개의 앨범을 선정 후, 내부 회의를 통해 최종 15개를 추렸습니다. 필자 개인별 선정 리스트는 글 하단에 첨부하겠습니다.

* 글의 순서는 순위가 아님을 분명히 고지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오해를 피하고자 발매 일자 순으로 정리 하려 했으나, 필자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필자 김산하

키츠요지(kitsyojii) – #freekitsyojii (23.11.27)

국내 힙합 ‘허슬의 아이콘’ 중 하나인 키츠요지. 그가 주기적으로 발매하는 프로듀서들과의 협업 시리즈 ‘~ISMYPRODUCER’는 꾸준히 리스너들의 호평을 받아왔지만 그다지 화제가 되지는 못했다. 약이 올라서였을까. 11월 9일에 발매한 ‘LEAN$MOKEISMYPRODUCER’를 시작으로 약 10일 뒤 ‘HDISMYPRODUCER 2’를 또 발매하더니 불과 4일 만에 ‘AliveFunkISMYPRODUCER’를 또다시 발매한다.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무려 3장의 EP 앨범을 연달아 발매한 것이다. ‘잠은 언제자냐’, ‘자양강장제 먹었냐’ 등 기이한 행보에 대해 감탄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노래가 그 노래다’, ‘솔직히 들을 거 없다’, ‘별로다’ 등 이러한 행보를 그저 일종의 관심병으로만 치부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독이 올라서였을까. 키츠요지는 마지막 EP 발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SNS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린다. ‘죽도록 음악을 사랑했지만 외면받기 일쑤였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 앞에서 압박감이 심했다’, ‘팬들의 반응이 성에 차지 않는다’, ‘원망스럽다’ 등…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어 온전한 자신의 자유를 찾아서 돌아오겠다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규 2집 ‘#freekitsyojii’를 발매한다.

이 앨범에서 키츠요지는 자기 자신을 범죄자로 칭한다. 성공을 위해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리스너들에게 ‘자수’하며 힙합씬에서 자신이 받았던 모멸감과 조롱을 토해내며 날 ‘취조’해보라 소리친다. 내가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냐며,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며 되려 ‘증거’를 가져오라는 트랙들은 청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결국 키츠요지는 자신이 ‘사기꾼’임을 자백한다. ‘돈이 다가 아니란 새X들은 사기꾼’이라 장담하며 돈만을 쫓는다 말했던 그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진짜 원한 것은 돈이 아닌 힙합 씬 내의 인정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트랙들에서 그는 자신을 ‘접견’ 온 팬들을 반기기도 하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Oh My Bonnie’로 사랑하며, 변호사를 요청하고(Call My Lawyer’) ‘개판’인 힙합 씬을 역으로 고발하기도 한다.

결국 그는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 이미 유죄로 자신을 낙인찍은 리스너들 앞에서 오롯한 자신의 실력을 변론하는 그가 겨우 얻어낸 결과이다. 그러나 상관없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freekitsyojii’의 슬로건이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키츠요지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이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목표, 자신의 야망을 향해 다시 한번 과감히 달려 나갈 것을 선언한다. 그는 여전히 성공을 원하며 얻지 못하면 훔쳐 버릴 것이라는 ‘Still Thief’이다.

SINCE – SOLOEST (23.11.06)

비스메이저(Vismajor)의 앨범 발매 지원 프로젝트 ‘보일링 포인트(Boiling Point)’를 통해 정규 1집 ‘SINCE 16`’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신스. ‘쇼미더머니10’에서 승승장구하며 최초로 파이널에 진출한 여성 래퍼가 되어 본격적인 성공을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EP 앨범 ‘HIGH RIST HIGH RETURN’을 통해 본인의 강렬한 색깔과 점차 맛보기 시작한 성공을 드러내던 신스가 더욱 노련한 모습으로 정규 2집 ‘The SOLOEST’를 들고 나왔다.

‘독주자(Solo Player)’를 뜻하는 단어 ‘SOLOIST’에 ‘최고’를 의미하는 접미사 ‘-EST’를 붙인 합성어를 제목으로 내세운 본 앨범은 신스가 성취해 온 성공에 대해 더욱 거침없고 노련한 표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성공을 위해 이를 갈던 과거를 회상하는 ‘Blind Melody’, 드디어 얻어 낸 성공을 패기롭게 표현하는 ‘Black Genesis’, 세상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욱 높이 올라가겠다는 ‘MECHANISM’, 최고의 정점에 서겠다는 자신감을 담은 ‘EST’ 등의 곡들은 기존의 앨범들에서 신스가 보여주던 문법임에도 더욱 유려해진 표현들로 인해 깊은맛을 우려내고 있다. ‘내 뒤에 최초 붙지만 더욱 바짝 붙여야할걸 최고(EST)’, ‘방향제 취할수록 몸에 해로워 난 그저 내고 싶을 뿐, 다른 페로몬(MECHANISM)’ 등의 가사들이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다.

동시에 이뤄낸 성공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앨범 후반부의 감성적인 분위기의 곡들도 신스가 앨범을 구성해 온 방식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 ‘오늘도’, 화려한 성공의 모습과 달리 가끔 공허해지는 내면에 대한 ‘Fake Flower’, 그리고 가정을 떠나갔던 엄마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나타낸 ‘마지(심슨 가족 시리즈의 마지 심슨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등 DJ 홀리데이(HOLYDAY), 코드 쿤스트(Code Kunst) 등의 베테랑 프로듀서들이 지원사격 하는 비트 위에 신스의 멜로디컬한 면모도 좋은 즐길 거리다.

1집과 유사한 방식의 앨범 구성이 흠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합리적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1집 이후 신스가 겪어온 래퍼로서의 성장은 쉬이 무시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며 그 시간의 밀도들은 2집에서 나타나는 가사의 표현과 내용들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최초를 넘어 최고를 노리는 신스는 이제 ‘여성 래퍼 중 최고’를 넘어 ‘래퍼 중 최고’를 향해 홀로 날아가고자 한다.

Ambid Jack – 프로이디안 (23.07.22)

앰비드 잭은 아직 그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힙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고등래퍼4’를 통해 이름을 알린 ‘이상재(Touch the Sky)’,와 ‘황세현(h3hyeon)’과 같은 크루 ‘마이티 링스(Mighty Lynx)’의 멤버, 비스메이저에 속했던 큐엠(QM)이 새롭게 설립한 레이블 ‘나즈카 레코즈(Nazca Records)’의 신인으로 들어보았을 것이다. 잔인한 말이지만 누군가를 소개하는 데에 타인의 명성이 앞에 붙는다면 아직 그 사람은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볼품없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아직 많이들 알아보지 못할 뿐, 앰비드 잭은 서서히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장의 EP 앨범을 발표하며 세상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준비를 해오던 앰비드 잭은 2023년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인 프로듀서 ‘프레디 카소(Fredi Casso)’의 지원사격을 받아 정규 1집 ‘프로이디안’을 발표한다. ‘은연중에 실수로 튀어나오는 자신의 속마음’이란 뜻을 가진 단어 ‘프로이디안 슬립(Freudian Slip)’이란 단어에서 따온 이 앨범은 말 그대로 자신의 속마음들을 드러낸 앨범이다. 힙합 씬 내에서 아직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앰비드 잭은 그렇기에 자신이 앞으로 보여줄 것들에 대해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앨범의 메시지는 어찌 보면 지극히 클리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성공에 대한 갈망, 거짓 허세에 대한 비판, 권위만 내세우는 자들에 대한 환멸, 창의성 없이 메인스트림을 베끼기 바쁜 행태에 대한 증오, 가짜들이 돈을 버는 씬에 대한 불만 등 신인 래퍼가 흔하게 앨범의 주제로 삼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앰비드 잭의 랩은 전혀 클리셰가 아니다. 건조하고 까칠하며 그 속에 굳게 심지 박힌 특유의 톤은 청자가 순식간에 앨범에 몰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큐엠, 디젤(dsel), 딥플로우, JJK 등의 많은 베테랑들이 이 앨범의 피처링으로 참여하고 발매를 샤라웃함으로써 앰비드 잭은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굳혔다. 어리고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바로 지금의 앰비드 잭만이 가능한 속마음의 솔직한 내비침을 앨범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조금은 냉소적이고 염세적으로 보이는 그가 어떻게 씬 내에서 자리를 잡아갈지 기대해보자.

리비도, HD BL4CK – A Prescription For (23.06.16)

뒤에서 소개하겠지만, 권기백과 같은 미성년자 영 프로듀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재능 넘치던 미성년자 프로듀서들은 존재했으며 그중 한 명이 바로 여기서 소개할 ‘HD 블랙(HD BL4CK)’이다. 97년생인 그는 2012년 불과 16의 나이에 ‘비즈니즈의 곡에 참여하며의 곡에 참여하며 씬에 데뷔했다.

본 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 무려 10장의 정규 앨범을 냈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HD 블랙은 ‘차붐(Chaboom)’의 레이블 ‘LBNC(LayBack N Chill)’에 합류한 후 래퍼 ‘리비도(Leebido)’와 자주 작업하고 있다. 앨범 ‘A Prescription For’는 리비도와 HD 블랙의 2번째 합작 앨범이며 딥플로우, ‘이그니토(IGNITO)’, ‘콰이(KWAII)’, ‘면도(myundo)’, 신스, 스카이민혁, ‘멧돼지’ 등이 피처링 진으로 다양하게 참여했다.

본 앨범에서 HD 블랙의 프로듀싱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정석적인 붐뱁 리듬의 ‘도금칠’, 저음이 도드라지는 현악기 샘플링 활용이 돋보이는 듯한 ‘나이키’와, ‘훈민정음’, 퐁크 리듬과 질감을 적극 활용한 ‘도모’, ‘끕’, ‘아리십더킹’, ‘빨뚜’, 동양풍의 세션 활용이 돋보이는 트랩곡 ‘지로 오마카세’, ‘Mangtae Freestyle’ 등 다채로운 세부 장르의 비트가 고막을 쉬지 않게 만든다. 이러한 프로듀싱의 경향은 메인 플레이어인 리비도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듯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한껏 차려입은 리비도는 곡마다 때로는 훅잡이의 면모를, 때로는 날카롭고 강렬한 벌스를 선보인다.

수많은 래퍼들을 피처링으로 기용한 HD 블랙의 경험이 잘 녹아들어 각 트랙에 가장 어울리는 래퍼들이 적재적소에서 벌스를 채우며 앨범을 듣는 재미를 더욱더 부각한다. ‘가오가이’와 ‘키츠요지’가 LBNC에 함께 속해있던 시절 그들이 보여준 야마에 조금 묻혀 드러나지 않았을 뿐, 리비도 역시 그동한 발표해 온 작업물들에서 둘 못지않은 성공에 대한 간절함과 야망을 드러내왔다.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그 스탠스는 변하지 않으며 ‘신이 준 가난 악마가 준 야망 두 개를 섞어서 저글링’, ‘배춧잎 머리 위 휘날려 그림 죽여주네 세종대왕님 yo’ 등의 매력적인 훅 메이킹으로 그 매력을 더욱더 갈고닦은 모습을 들려준다.

이 씬에 간절하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어디 있겠냐마는, 몇 개의 달력을 넘겨도 그 간절함과 야망을 여전히 날카로운 이빨과 함께 드러내고 있는 이들은 리비도와 HD 블랙 외에는 없을 것이다.

권기백 – KB 2 (23.09.10)

‘비프리(B-FREE)의 ‘FREE THE BEAST’ 앨범 ‘돈 내 즉흥곡’을 통해 경악스러우리만큼 노골적이고 천박한 가사로 단숨에 이름을 알린 권기백. 06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 2장의 정규 앨범, 합쳐서 10장이 넘는 EP와 합작 앨범, 그리고 믹스테잎을 보유한 정신 나간 작업량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또다시 정규 앨범 ‘KB 2’를 선보였다. (이전에 정규 2집을 내었는데 이번 앨범을 또다시 정규 2집으로 칭하고 있는 것이 의문이다)

권기백의 무시무시한 점은 수많은 트랙을 다 셀프 프로듀싱하고 있으며, 소울, 펑크, 지펑크, 멤피스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들의 샘플과 세션 활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KB 2 앨범 역시 고전 소울, 지펑크, 멤피스 사운드 등을 다양하게, 허나 어색하지 않게 운용하고 있으며 세련되진 않지만, 본인의 프로듀싱에 잘 어울리는 특유의 투박한 랩을 매력 있게 뱉는 앨범이다. 지펑크 사운드 장인으로 이름이 알려진 프로듀서 ‘핫산 말릭(Hassan Malik)’, ‘비프리’, ‘더 콰이엇(The Quiett)’ 등의 베테랑 래퍼들까지 앨범에 참여하여 깊은 색깔을 더하고 있다.

누군가를 그를 힙합 씬의 차세대 문제아, 또 누군가는 그를 힙합 씬의 다음 세대 리더로 칭하는 등 호불호가 명확한 인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권기백은 이미 채 성인이 되지도 않은 어린 나이에 본인 만의 독보적인 영역과 색깔을 확실하게 구축한 래퍼이자 프로듀서라는 것이다. 좋든지 싫든지, 두렵든지 설레든지 간에 그의 성장과 영역 전개를 더 이상 막을 수는 없다. 그저 쳐다보아야만 할 뿐이다.

필자 김산하 인스타그램


lobonabeat! – Trapstar Lifestyle (23.03.10)/ Trapstar Lifestyle (Deluxe) (23.05.22)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 – AP Alchemy : Side A (23.03.22)
Sun Gin, 격, 덥덥이(dubdubee) – Arkestra (23.04.08)
키드밀리 – Beige (23.05.30)
리비도, HD BL4CK – A Prescription For (23.06.16)
이테(ITÉ) – 소리선 (23.06.25)
빈지노 (Beenzino) – Nowitzki (23.07.03)
E SENS – 저금통 (23.07.13)
Ambid Jack – 프로이디안 (23.07.22)
Fleeky Bang – The Predator (23.08.06)
권기백 – KB2 (23.09.10)
스카이민혁(Skyminhyuk) – 해방 (23.10.02)
오도마(O’Domar) – 선전기술 X (23.10.18)
SINCE – SOLOEST (23.11.06)
키츠요지(kitsyojii) – #freekitsyojii (23.11.27)

필자 염철현

Son Simba(손 심바) – DOUBLECROSS MUSASHI (23.03.20)

Viann(비앙)과의 합작 ‘전설’의 세계관 속에서, 확고한 컨셉을 통해서 귀로 듣는 소설 같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Fredi Casso(프레디 카소)의 샘플 활용과 변주, 김기현 성우의 나레이션은 앨범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으며, 본작의 주인공 Son Simba(손 심바)또한 너무 과하지 않은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역사 속 ‘기리시탄’에 빗대어, 억울하게 비판받아 온 본인을 표현한다. ‘미워할 만큼만 알고 더 알기는 기피하지’라는 가사처럼, 본 앨범 또한 가상의 이야기라는 장치에만 초점을 두고 깊이 듣지 않는다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알지 못한 채 감상을 끝마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현실 속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가사까지 작품 속 세계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 부분은 ‘하늘은 비웃지 않아’에서 절정을 보이는데, ‘Hey you 주석 뱉던 나. 되어가 무적/신기루 속에 살던 나 되어가 무적/이름 수백 갤 갖던 사이 되어가 무적/하늘은 날 비웃지 않아. 되어가 무적’이라는 가사를 통해 그간 손 심바가 힙합씬 안에서 겪어온 여러 사건을 이겨내는 과정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본인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본인만의 특징을 표현하여 비로소 극의 주인공이 본인임을 앞장서서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급’을 통해서 해당 작품은 마무리되지만, ‘지금 그에 대해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하나의 일대기도, 짧은 일화도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후속작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는 동시에, 손 심바의 커리어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암시이다.

E SENS – 저금통 (23.07.13)

이 앨범이 시사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첫 째는, 씬에서 가장 존경받는 MC가 인디펜던트로 발매한 앨범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할 수 있었고, (샘플 클리어 문제로 정식 발매는 되지 못한) 선공개 곡을 유튜브로 공개하거나, 앨범 공개 전 DJ들에게 USB를 증정하며, 클럽에서 먼저 플레이 되는 그림을 연출했다. 과거에는 로컬 DJ들에 의해서 MC들이 이름을 알리는 것이 당연했다. 일례로 휴스턴의 전설 DJ Screw는 본인의 믹스테잎을 통해 다양한 로컬 MC들을 샤라웃했고, 여러 MC들이 DJ Screw의 믹스테잎 피쳐링을 통해서 데뷔하기도 하였다. 과거의 멋을 현재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힙합 덕후로서의 덕력이 보이는 부분이지만, 인디펜던트가 아니었다면 시도하기 힘든 방식이었을 것이다. 가성비 떨어지는 홍보 방식이, 회사의 입장에서 곱게 보일리는 없으니 말이다.

둘 째는, 돈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본래 머니스웩이 멋있게 다가온 이유는 자수성가에 대한 동경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다들 ‘돈’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이센스는 이전 작 ‘이방인’의 ‘알아야겠어’에서 말했듯 ‘실패와 성공 둘 모두와’친한 인물이다. ‘Gas’에서는 ‘복권 안 해 행운은 안 믿어’라 말하며 자수성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겐세이 넣지 마’라며 욕을 뱉는다. 이어지는 ‘줘’에서는 ‘저렇게 모은 걸로 플렉스 해봤자 거지꼴’이라 말하며, ‘돈 보다 중요한’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셋 째는, 랩은 계속해서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정상급 MC로 평가받는 이센스지만, 본 작에서는 집요할 정도의 라임 활용을 보인다. 이전에는 라임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작은 하나의 주제에 맞춰서 만들어진 앨범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랩 자체에 초점을 맞출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스카이민혁(Skyminhyuk) – 해방 (23.10.02)

해당 앨범의 주제는 크게 보자면 ‘열등감의 해소’, 그리고 ‘야망의 표출’로 압축할 수 있겠다. 만약 개인의 열등감의 해소만을 표현했다면, ‘해방’이라는 키워드가 극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열등감이란 결국 야망이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그렇기에 씬 안에서 이뤄내고자 하는 포부와, 현재의 씬을 꼬집는 가사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다. 발전을 이뤄내지 못한 상태에서는 절대 뱉을 수 없는 메시지겠지만, 이미 ‘그랜드라인2’, ‘작전’등의 앨범을 통해서 발전을 보여준 바 있다.

‘문화를 위한다지만 그저 다 뜨려고 발악했던(14-23)’과거를 벗어나, 이제는 자신을 보고 용기를 얻어 랩을 뱉었다는 이들을 보며 ‘부자들의 발끝도 못 가거나 실패한다면/나 같은 애들이 꿈이란 걸 제대로 가질 수 있을까 과연(해방)’이라 말하며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공생’, ‘진실’같은 트랙에서는 여전히 방황하는 모습과 열등감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욕심’에서는 ‘꼭 해방에 내기를’소망하며, 고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해방하지 못한 마무리지만, 앞서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해방’에서 말했듯 ‘해방의 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며 싸워 나갈 것이다.

오도마(O’Domar) – 선전기술 X (23.10.18)

선전을 하기 위한 기술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본디 선전은 반복을 통해서 이뤄진다. 따라하기 쉬운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사람들이, 특히 어린 아이들이 따라하게끔 만들어,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전파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선전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어릴 적 따라 부르던 CM송들 중,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지 않은가? ‘3H 정책’속 이희문의 입을 통해서, ‘D.M.C’와 ‘선전기술’ 속 어린 아이들을 통해서 오도마(O’Domar)의 메시지가 민요, 혹은 동요의 형태로 전파되는 것 또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앨범 커버는 화면을 바라보는 오도마의 모습이, 화면 속에 끊임없이 비추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펀딩 참여자들에게 공개된 마지막 트랙 ‘X’의 커버는, 화면을 벗어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X’의 마지막 음은, 1번 트랙 ‘Doctrine’의 첫 음과 이어진다. 이 또한 반복이라 할 수 있다.

타이틀 곡이기도 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메시지를 떠올려보자. 앞선 트랙 ‘선전기술’을 통해 광폭적으로 내뱉은 메시지를 뒤로 한 체, 감정적으로 가라앉은 모습을 보인다. 생각하지 않기 위해 생각하지 마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도, ‘이 노래가 끝나면 다 잊어버릴 테니’라 말하는 모습도 본인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지막 트랙인 ‘X’에서는 결국 ‘그냥 믿어야지’라 말하며 타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앞서 ‘선전기술’에서는 ‘니 믿음부터 먼저 믿게 만들어내’라 말한 바 있는데, 이 작품의 결말은 결국 청자가 믿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 A-Side를 다시 돌리는 것도, 다른 뜻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며 B-Side를 돌리는 것도 결국 청자의 선택이다.

Untell (언텔) – ANIMAL (23.12.23)

해당 앨범은 Untell(언텔)의 일기, 혹은 수필에 가깝다. 본인뿐 아니라 타인까지도 동물로 표현한 것이 비유 같지만, 실제로 환각을 보던 시기가 있었다 한다.

나태함과 열등감속에 사로잡힌 나머지, 현실감마저 잊어버린다. ‘김자각몽’을 통해 표현했듯, 주변의 걱정과 조언 덕에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정글 같은 현실에서 도망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철새처럼 느끼기도 한다.

후반부의 낙타, 사자, 아기 같은 키워드는 니체의 철학에 영향이 느껴지지만, 이 또한 개인의 깨달음이 수반된 것이다. 앞서 말했듯 그는 실제로 환각을 느끼며 거울 속 자신을 낙타라고 여겼고, 어쩌면 그 순간부터 앨범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가사의 표현 뿐 아니라, 사운드의 표현에도 많은 공을 쏟은 앨범이다. 예를 들어 첫 트랙 ‘나태하마’에서는 첫 구절부터 ‘히포’라는 단어의 두번째 음절에 리버브를 걸고, 다시 한 번 ‘히포’라는 에코가 이어진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앨범 전반적으로 끝 없이 이어진다. 믹싱 과정에서 공들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필자 염철현 인스타그램


키모엘(Kimo:L) – STARDUST 2 (23.03.20)
Son Simba(손 심바) – DOUBLECROSS MUSASHI (23.03.20)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 – AP Alchemy : Side A (23.03.22)
유라(youra) –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23.07.07)
E SENS – 저금통 (23.07.13)
Agenda, 바일린하우스(VYLYNN HOUSE) – Sarangnee (23.08.04)
이현도 (D.O), 딥플로우 – Dry Season (23.08.14)
Luci Gang – C8H11NO2 CLUB (23.08.27)
INDEGOAID – EEP: EARTH EVERLASTING POETRY (23.09.18)
스카이민혁(Skyminhyuk) – 해방 (23.10.02)
Homo Drumiens – Garden of A-den (23. 10. 10)
오도마(O’Domar) – 선전기술 X (23.10.18)
키츠요지(kitsyojii) – #freekitsyojii (23.11.27)
잠비노(Jambino) – podo (23.12.14)
Untell (언텔) – ANIMAL (23.12.23)


필자 조경준

lobonabeat! – Trapstar Lifestyle (23.03.10)/ Trapstar Lifestyle (Deluxe) (23.05.22)

일리네어 레코즈 이후, 국내 힙합씬에 트랩 음악이 제대로 정착하면서 트랩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졌다. 또한 본토 트랩 느낌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본인만의 개성을 더하며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하며 많은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는 아티스트도 많아졌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이라는 지리적 차이, 환경적 차이, 문화적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트래퍼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을 한국 문화에 제대로 녹여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한국에서의 트랩 음악은 비슷비슷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Puffin Tape] 시리즈, [lobonatune] 시리즈, [트래프모음집] 등을 통해 국내에서 보기 힘든 트래퍼로서의 삶과 태도를 보여주던 랍온어비트(Lobonabeat!)는 [Trapstar Lifestyle]에 다다라서 전면적으로 트래퍼로서의 삶과 태도를 전면에 내세워 드러낸다. 단순히 미국 트래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고 재현하는 것을 넘어, 한국을 살아가는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트래퍼 라이프스타일을 한국 정서에 맞게 로컬라이즈화 하였다. 그렇기에 미국의 수많은 트랩 뮤지션들이 보여주었던 멋과 태도를 그대로 가져오되 한국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로컬라이즈 되었다.

또한 트래퍼 라이프스타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도록 크게 설득력을 올려준 것은 지난 앨범들에서도 도드라졌던 트랩 음악에 최적화된 랍온어비트(Lobonabeat!)의 퍼포먼스가 한 몫을 해낸다. 트랩 리듬을 제대로 살리면서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여유롭고 노련하게 뱉는 랍온어비트(Lobonabeat!)의 랩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청각적 쾌감을 만들어낸다. 트랩 앨범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앨범은 강렬한 존재감과 자신감을 비추며, 짧지만 그만큼 강렬하게 자극을 주고 떠났다. 한국에서 이 만큼 트래퍼로서의 삶과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은 없을 것 이다.

에이피 알케미 – AP Alchemy : Side A (23.03.22)

23년도 초 큰 화제를 모았던 이벤트 중 하나는 스윙스(Swings)가 다섯 회사(저스트뮤직, 인디고뮤직, 위더플럭레코즈, 마인필드, 슈가비츠)를 한 곳에 모아 하나의 홀딩스 에이피 알케미(AP Alchemy)를 설립한 것이었다. 색이 다른 다섯 개의 회사를 뭉쳐 하나의 큰 회사를 만들었다는 놀라움도 잠시, 약 100여명에 달하는 역대급 참여진을 자랑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 소식이 들려왔다. 앨범 발매 전부터 저스트뮤직의 초창기 디스코그래피를 화려하게 장식한 [파급효과]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은 앨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앨범 발매 전부터 들려오던 앨범과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에서 발생한 걱정과 우려는 앨범 공개와 동시에 전부 사그라들었다. 5개의 회사, 약 100여명의 참여진이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인 만큼 이전에 발표된 앨범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전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그냥노창(Nochang), 세우(sAewoo)가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가 되어 앨범의 전체적인 결을 만들고 이에 맞는 참여진들을 조합하는 방식이었다면 [AP Alchemy : Side A]는 한 명의 아티스트가 메인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만든 곡에 참여를 원하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앨범은 이전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가지고 있던 유기적인 구성의 묵직한 느낌이 아닌 자유롭고 가벼운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이는 앨범의 가치를 절대 깎아내리지 않는다. [AP Alchemy : Side A]는 맥시멀리즘이 갖는 매력들을 그대로 잘 드러낸다. 약 10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앨범인 만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구사하는 프로듀서들이 참여하여 앨범을 다채로운 색으로 채운 것은 물론이고, 이 위에 장르도 음악의 색도 다른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음악 스타일이나 색과 취향의 차이 때문에 같은 트랙 안에서도 리스너들의 성향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을지언정 이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참여진들이 트랙과도 참여진들과도 잘 조화된다. 따라서 프로듀서를 포함한 모든 참여진들은 이 앨범 내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빛을 발한다.

[AP Alchemy : Side A]는 4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동안 5개 회사, 약 10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홀딩스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을 그대로 응축해놓은 엑기스만 담아놓은 앨범이다. 과연 이것만큼 확실한 출사표가 더 있을까?

넋업샨 – Not Really Now Not Anymore (23.04.10)

한국 힙합 씬을 오랜 시간 지켜봐왔던 사람들이라면 넋업샨(Nuck)의 솔로 앨범을 오랜 시간 기다려왔을 것이다. ‘넋을 업고 사는 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시적인 표현들이 빛나는 가사들과 힙합의 멋과 태도를 잘 보여주었던 말 그대로 MC였으니 말이다. 2002년 인피닛 플로우(Infinite Flow)의 [Respect 4 Brotha] 이후, 약 20년의 시간이 흘러 모두가 기다렸던 첫 솔로 앨범이 발매되었다. 전혀 예상치못한 작품을 가지고…

넋업샨(Nuck)의 첫 정규 앨범 [Not Really Now Not Anymore]는 아무에게도 드러내기 어려운 몇 년 간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녹아있다. 어머니의 암 투병과 그로 인해 겪는 가족들의 고통,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상황이 익숙해지는 것. 오랜 고통 끝에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 이 길고 긴 이야기가 한 장면을 촬영한 사진들처럼 순간들의 기록으로 그려진다. 긴 시간들의 수 많은 파편들은 하나의 앨범으로 모여 짧은 시간 안에 응축된다.

넋업샨(Nuck)은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감정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영화를 촬영하는 영화감독처럼 사건의 외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객관적으로 담아낸다. 모든 장면들은 직접적으로 그려지기보다 시적으로 표현된다.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감정과 순간들은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러한 부분들은 교통사고가 나는 그 순간을 담은 트랙 ‘순간의 영원’에서 더욱 도드라지는데, 트랙의 마지막 사고나는 그 순간의 장면은 슬로우모션처럼 길게 늘어지며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또한 이 앨범에는 앨범의 곳곳에 슬램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 슬램은 넋업샨(Nuck)이 느끼는 순간의 감정과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이는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앨범이 가지는 서사에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커다란 장치가 된다. 앨범의 1번 트랙 ‘우아한 시체’와 마지막 트랙 ‘초원’에서의 슬램은 앨범의 서사에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장치로서 감정을 증폭시켜 앨범의 기나긴 여운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의 서사와 이야기에 큰 힘을 실어주는 건 앨범을 프로듀싱한 프로듀서들의 역할도 크다. 넋업샨(Nuck), 김박첼라(Kimparkchella), 트왱(Twang), 뷰티풀 디스코(Beautiful Disco), 엡마(Aepmah)로 구성된 프로듀서들은 일반적인 힙합의 장르나 구성을 따라가지 않고, 재즈와 엠비언트 등을 활용한 실험적인 아방가르드한 프로덕션을 선보이는데 하나의 사운드트랙으로서 그 순간의 장면들을 영화처럼 그려내기도 하고, 넋업샨(Nuck)의 감정과 상황들을 효과적으로 잘 담아낸다.

넋업샨(Nuck)의 첫 번째 정규앨범 [Not Really Now Not Anymore]는 다시는 겪고싶지않은 몇 년 간의 기록이 담긴 가장 개인적인 앨범이다. 몇 년 간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장미로 피어났다. 개인적인 고통의 시간들을 삶의 의미가 담긴 진정한 예술로 승화해온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작품들처럼 넋업샨(Nuck)이 겪은 고통의 시간들은 시와 음악과 예술로 승화되었다. 이것이 2023년에 발표된 수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Not Really Now Not Anymore]가 아름답게 빛나는 이유가 아닐까?

이테(ITÉ) – 소리선 (23.06.25)

2019년부터 꾸준히 음악들을 선보여왔던 아이테(Aite)는 2022년 싱글앨범 [Pensieve] 이후, 조용히 잠적한다. 약 1년의 시간이 흘러 아이테(Aite)는 이테(ITÉ)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정규앨범 [소리선]을 들고 돌아왔다. 아이테(Aite)에서 이테(ITÉ)라는 이름의 변화, 지난 정규앨범 [FOMO]이후 앨범 단위 작업물로서 약 1년 6개월간의 긴 공백기가 존재했던 만큼 그 동안의 많은 고민과 변화들이 온전히 담겨 있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더 단단해졌으며, 더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앨범 전체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과감없이 솔직하게 담아내는데, ‘도박중독’이라는 누구에게도 선뜻 꺼내기 어려운 민감한 자신의 과오 또한 솔직하게 풀어간다. 실오라기 한 올도 없는 지난 2년간의 고백은 아티스트 이테(ITÉ)의 서사를 더욱 더 단단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쿤디 판다(Khundi Panda)와 프롬올투휴먼(From All To Human)이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였는데, 이 두 아티스트들은 사운드적으로도 듣는 재미를 단단하게 이끌어줌과 동시에 이테(ITÉ)의 이야기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서사적으로도 단단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만들어주었다. 이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운드인데, 이테(ITÉ)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만큼 가사에 몰입할 수 있게 랩이 선명하게 들리도록 사운드 구성이 되어있으며, 이테(ITÉ)의 상황들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프로듀싱 되어있다. 그리고 이테(ITÉ)의 이야기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각 트랙별 적재적소로 참여한 피쳐링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또한 앨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이테(ITÉ)의 퍼포먼스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이테(ITÉ)의 스토리텔링은 모든 순간 빛을 발하는데, 특히 앨범의 중반부(‘Money Fever’부터 ‘Sick Joke’까지의 구간) 돈과 성공에 대한 갈망이 도박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도박중독에 빠진 자신이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자신의 시점에서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였는데, 리스너들이 직접적으로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테(ITÉ)가 겪었던 상황과 그 당시의 감정들을 생동감 있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안정적인 이테(ITÉ)의 퍼포먼스는 앨범의 중심에서 무게감을 잡아주어 하려는 이야기의 무게감과 진중함을 올려준다.

좋은 명반의 조건 중 하나는 탄탄한 프로덕션과 그 맛을 제대로 살리는 퍼포먼스,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개인적인 서사들이 공감을 만들어낼 때 충족된다(모든 명반이 해당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고 생각하는데, 이테(ITÉ)의 [소리선]은 이 모든 요소에 부합한 앨범이다. 이테(ITÉ)는 이 앨범을 통해 양분화된 두 세계의 선을 소리로 그었다고 하였는데, 이 선은 ‘과거의 아이테(Aite)와 현재의 이테(ITÉ)’가 될 수도, ‘리스너와 MC 본인’이 될 수도, ‘과거의 과오와 현재의 뉘우침’ 등 여러 대비되는 요소들을 나누는 선이 될 수 있다. 이테(ITÉ)는 [소리선]을 통해 이테(ITÉ)를 둘러싼 여러 가지 선을 보여주고, 이 선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수 없이 던진다. 이게 이 앨범이 좋은 앨범이고, 오래오래 회자될 좋은 앨범이라는 이유가 아닐까?

유라(youra) –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23.07.07)

사운드클라우드와 정식 데뷔 싱글 [My] 이후, 유라(Youra)의 행보는 눈에 도드라졌다. 특유의 개성 넘치는 흡입력이 좋은 매력적인 보컬과 유라(Youra)만의 세계관과 색을 보여주는 개성 있는 프로덕션과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자신만의 언어로 적힌 가사들은 유라(Youra)의 앞으로의 음악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주기에 충분하였다.

2022년 잼 세션을 바탕으로 장르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자유로움의 멋을 잘 보여준 밴드 만동(Mandong)과 함께 [이런 분위기는 기회다 (The Vibe Is A Chance)]를 발표한다. 개성 넘치면서도 자신만의 색이 강한 두 아티스트가 함께 하여 예상 외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아티스트 유라(Youra)의 2막이 시작되었다.

데뷔 이래, 쭉 함께 해오던 소속사 문화인에서 독립해서 발표한 첫 앨범이자 2018년 데뷔 이래 5년 만에 발표된 첫 정규앨범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는 아티스트 유라(Youra)의 2막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앨범이자 유라(Youra)의 세계관이 제대로 전개되는 앨범이다. 앨범은 전작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만동(Mandong)의 송남현과 같이 프로듀싱 하였는데, 이로 인해 앨범의 전체적인 색은 전작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작과는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전작은 만동(Mandong)과의 합작 앨범이었던 만큼 두 아티스트의 색과 세계관이 융합되는 작품이었다면,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는 음악적인 사운드에 있어 전작과 유사한 질감을 가지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유라(Youra)의 이야기와 세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가사에 있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유라(Youra)의 작품들에 있어 유라(Youra)는 직접적으로 가사를 써내려가기 보다는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곱씹어볼수록 많은 여운을 만들어냈다. 말 그래도 한 편의 시 같은 느낌이었다. 이러한 유라(Youra)의 장점들은 역시 이번 앨범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 번에 직관적으로 딱 읽히지는 않지만 그만큼 리스너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가사들은 시적으로 쓰여 있어 송남현과 같이 만든 프로덕션이 더해졌을 때 한 편의 수목화처럼 그려진다.

총 러닝타임 24분 37초. 30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러닝타임 동안 유라(Youra)는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면서 온전히 자신만의 색을 담아낸다. 사운드적으로도 가사적으로도 모든 부분에서 강렬하게 여운을 남긴다. 5년간의 커리어를 거치면서 음악적으로 확실한 자신의 색을 찾아가고,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느껴진다. 이것이 첫 정규앨범이 발매까지 오래 걸린 이유이자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가 첫 정규앨범인 이유가 아닐까? 이제 본격적으로 막을 연 유라(Youra)의 음악을 기대해야만 하는 큰 이유이다.

필자 조경준 인스타그램


오션프롬더블루 – Oceanfromtheblue (23.02.02)
후쿠오 & 주애 – 미소예찬 (23.03.08)
lobonabeat! – Trapstar Lifestyle (23.03.10)/ Trapstar Lifestyle (Deluxe) (23.05.22)
에이피 알케미 – AP Alchemy : Side A (23.03.22)
넋업샨 – Not Really Now Not Anymore (23.04.10)
이테(ITÉ) – 소리선 (23.06.25)
유라(youra) –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 (23.07.07)
E SENS – 저금통 (23.07.13)
권기백 – KB 2 (23.09.10)
오도마(O’Domar) – 선전기술 X (23.10.18)
JINex (지넥스) – Butterfly (23.11.13)
Crush – Wonderego (23.11.14)
THAMA – WOOOF! (23.11.16)
키츠요지(kitsyojii) – #freekitsyojii (23.11.27)
Zion.t – Zip (23.12.06)

작성자

  • 염철현

    커뮤니티에 100개 이상의 리뷰를 올린, 자(!)타공인 헤비 리스너.
    여러 웹진에 글을 기고했으나, 매번 아깝게 떨어진 바,
    결국은 이렇게 사람을 모아서 웹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