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결산에는 필자 김산하, 필자 염철현, 필자 조경준, 총 세 명의 필자가 참여했습니다.

2022년 1월 1일~2022년 12월 31일 까지 발매 앨범 기준, 필자 개인별 15개의 앨범을 선정 후, 내부 회의를 통해 최종 15개를 추렸습니다. 필자 개인별 선정 리스트는 글 하단에 첨부하겠습니다.

 

공공구 (Gonggonggoo009) – ㅠㅠ (03/21)

필자 조경준

 

2017년 제일 도드라졌던 신인이라면 공공구(Gonggonggoo009)를 빼놓을 수 없다. [회색단지]에서 보여준 탁월한 랩 스킬과 스토리텔링은 많은 사람들 관심을 끌었다. 그 후 5년의 시간이 흘러 발표한 첫 EP [ㅠㅠ]는 여전히 유효한 모습을 선보이며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공공구(Gonggonggoo009)는 러닝 타임 내내 사랑, 생계 등 보편적인 20대의 청춘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관해서 이야기해나간다. 이 치열하고 잔인한 현실 속 공공구(Gonggonggoo009)는 때로는 분노와 증오를, 때로는 무기력을, 때로는 우울함을 드러내며 현실의 밑바닥에서 처절하게 무너진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 높은 이상을 바라보며 순수하게 쫓아가지만, 잔인한 현실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쫓아간다(돈 가져와, 돈 가져와 2). 사랑에 빠져 평범한 행복을 꿈꾸지만(산책), 결국 열등감을 드러내며 불안정하게 무너지며, 본능적인 욕망에 충실하게 따라간다.

 

이 앨범 내에서 공공구(Gonggonggoo009)는 열등감을 드러내며 무너지기도 하며, 동시에 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끝없는 욕망을 펼쳐낸다. 이는 날이 선 직설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공공구(Gonggonggoo009)의 가사에서 잘 묻어나온다. 또한 공공구(Gonggonggoo009)는 섬세하게 완급을 조절하는 퍼포먼스와 한 트랙 안에서도 다양하게 피치를 변형시킨 랩을 배치하며 이 감정을 더 극적으로 드러낸다. 공공구(Gonggonggoo009)는 앨범 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음악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공공구(Gonggonggoo009)의 벌스와 훅의 구성을 변칙적으로 가져가며 일반적인 장르의 형식을 깨기도 하며, 여러 사운드를 충돌시키기도, 리듬을 변칙적으로 확 틀어버리기도, 리듬을 확 일그러뜨리기도, 비 음악적인 요소인 내레이션을 곡 중간에 배치하는 등 일반적인 음악 구조를 벗어나 불완전성을 강조한다. 공공구(Gonggonggoo009)는 이 앨범이 끝날 때 청자들에게 자신이 앨범 내내 던졌던 질문을 되묻는다. 이 사회에서 괴물은 과연 누구인가?

차메인(ChaMane) – 26 (04/08) 

필자 김산하

 

쇼미더머니를 통해 태어난 ‘콰이엇 키드’들의 맏이라고 할 수 있는 차메인의 무려 4번째 정규 앨범. 방송에 처음 나와 자신의 패기를 보여주었던 19살의 소년이 어느덧 26살의 청년이 되었다. [26]은 그동안 차메인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한 회고와 고뇌, 앞으로 더욱 나아가려는 포부와 패기 모두 복합적으로 담겨있는 앨범이다. 

 

10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이 풍기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음과 같다. ‘씬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인물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성공과 야망이 존재하며, 이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아직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를 반드시 이뤄내고 말겠다.’ 그러나 이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풀악셀을 밟으며 달리기만 하는 앨범은 아니다. 완급조절을 담당하는 다운템포들의 트랙들이 중간중간 등장하며 감상의 다양함을 더해주고 있다. 즉,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한 청년의 열정 가운데 중간중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분위기가 섞여있는 휴머니즘의 분위기가 강하다고 느껴졌다. 관점에 따라 앞의 5트랙 전반부를 ‘빡세게 달리는 구간’, 뒤의 5트랙 후반부를 ‘열기를 식히는 구간’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관된 메세지를 가져가지만, 앨범에 다양성을 더하는 건 차메인이 속한 크루 프레밀리(FRML)에서 함께하는 프로듀서 뚱보(Ddungbo)의 스펙트럼 넓은 비트들 덕분이다. 다양한 종류의 EDM 사운드들을 다채롭게 활용한 프로듀싱 덕에 ‘푸짐하게 한 상 차린’이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올려진다. 다이나믹했던 차메인의 인생을 대변하는 듯한 사운드가 모두 끝나면 앨범을 잔잔하게 마무리하는 10번 트랙 ‘그러니 더’를 통해 ‘이제껏 그래왔듯이 뒤돌아보지 않고 더더욱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앨범의 기승전결이 완벽히 끝나는 멋진 순간이다. 

 

데뷔 때부터 남달랐던 차메인의 피지컬은 어느새 더욱 성숙해졌다. 뿐만 아니라 한 층 더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다양한 장르 소화력, 그리고 완급조절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만든다. 자신의 이야기를 패기롭게, 또한 덤덤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렇기에 같은 또래의 그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2022년 가장 진솔하고 솔직한 앨범으로 선정하고 싶다.

웨이 체드(Way Ched) & 언오피셜보이(unofficialboyy) – i (04/09)

필자 김산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조합. 그러나 이 조합이 안 어울린다고 하면 거짓인, 너무나도 조화로운 조합. ‘고등래퍼’에서부터 이름을 알려 온 전 ‘딕키즈(Dickids)’ 크루의 리더 ‘언오피셜보이’와 앰비션 뮤직(Ambition Muzik)’의 ‘웨이 체드’가 뭉쳐서 멋진 프로젝트 앨범 ‘i’를 만들어냈다. 장르와 래퍼를 타지 않는 웨이 체드의 담백하고 깔끔한 비트 위에 언오피셜보이만의 개성있는 감성과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멋진 음악들로 가득하다. 힙합을 좋아하던 어린 아이에서 힙합으로 성공한 청년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아이), 그 과정에서 자신을 떠나갔던 많은 인연들(가위손), 어릴 적 품었던 꿈에 대해서 여전히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탓), 힘들었던 과거를 기억하며 이를 다 버텨냈다는 메세지(길었던 겨울), 그리고 다 자란 자신의 모습에서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가족에 대한 감사와 사랑(새끼)까지 이어지는 탄탄한 기승전결을 갖춘 앨범이다. 일렉 기타와 베이스 기타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운드들은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들을 때로는 신나게, 때로는 차분하게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 덕분에 5곡의 짧은 볼륨, 채 20분이 되지 않는 플레이 타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가볍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던말릭, 더 콰이엇, 화나, 감마 등 걸출한 피처링진을 각각의 곡에 적재적소로 배치하여 감상의 다양성을 더욱 확장시킨 점도 둘의 탁월한 프로듀싱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앨범 발매 전 싱글로 선공개되었던 ‘길었던 겨울’을 이 앨범의 킬링 트랙으로 선정하고 싶다. ‘겨우 잠에서 깨고 마주치는 거울 속에 비친 무거운 얼굴’을 보며 ‘길었던 겨울’, 즉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다 이겨내고 지난 후 마주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소회를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듯한 가성으로 부른 후렴은 근래 들었던 그 어떤 가사보다도 진정성이 넘치는 부분이었다. 건조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화나의 피처링도 곡의 주제에 적합하게 맞아떨어졌으며, ‘계절은 결국 돌아 또다시 새로운 봄은 온다’는 가사로 마무리하는 그의 주제 의식은 ‘그날이 오면’, ‘POWER’ 등의 명곡을 통해 국내 힙합 씬의 번영을 소망하는 태도에서부터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활용해 인생의 고난과 성공, 문화의 암흑기와 부흥 모두를 한 곡에 담은 걸작 그 자체이다. 

 

언오피셜보이는 웨이 체드라는 다채로운 물감과 캔버스를 활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멋진 색깔로 칠해냈다. 앨범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오로지 그만이 겪었던 수많은 디테일들이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무엇이든지 간에, 후회이든 미련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음악을 통해서 멋지게 해소해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비슷한 상처와 감정을 가진 자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언텔(Untell) – HUMAN, the album (04/17)

필자 김산하

 

‘고등래퍼3’에 출연했던 볼살 통통한 순수해보이는 소년은 어떤 연유로 인해 완벽한 기계의 관점에서 결점투성이의 인간을 바라보게 되었을까? 고등학생이던 2018년 발표한 두 장의 믹스테잎 ‘Color Concert’와 ‘UNTAILAND’로 뛰어난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었던 언텔. ‘고등래퍼3’와 성인이 된 후 출연 한 ‘쇼미더머니9’을 거쳐 이제 윌낫피어(Will Not Fear)의 미래지향적인 사운드 위에서 열심히 자신의 사상을 설계하고 개조하는 앨범, ‘HUMAN, the album’을 세상에 선보였다.

 

강렬하게 쪼개지는 드럼비트를 시작으로 시작되는 본 앨범은 ‘사람이라면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라’는 자신감 넘치는 스웨깅으로 시작된다(HUMAN). 이 후 국내힙합에 대해서 고찰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짚었을 주제인 힙합 문화의 ‘사대주의’에 대한 트랙들이 이어진다. ‘혐오하기 위해 전통을 죽이는’ 국내힙합 씬에 대한 비판(Where are you from?)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멋진 힙합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I’m from)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낸다. 처음 들을 때는 다소 쌩뚱맞은 흐름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앨범을 반복해서 들을수록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기 위한 빌드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후 언텔은 ‘사랑’으로 주제를 전환하며 자신이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사랑을 인류애로 확장해(Love) 인간에 대한 고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아무리 헤매고 다친대도 우린 찾지 Love’라는 가사를 통해 인간은 끊임없이 고통 속에 살아가면서도 사랑을 찾아 헤매는 다소 모순적인 존재이며, 그 이유는 바로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맹목적인 사랑의 맛을 기억하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린다. 차가운 세상은 날 미워하고 날 때려도 사과하지 않을 만큼 잔혹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부모님은 조건 없이는 사랑받을 수 없는 우리들을 이유없이 사랑하시며, 바로 그 사랑 덕분에 인류는 존속될 수 있었다는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된 언텔은 비로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 시작한다(I AM). ‘내 진가를 못 보는데에 너희 탓 안해 이건 내 역할’이라는 가사는  ‘쇼미더머니8’에서 올티(Olltii)와 1:1 배틀을 벌이던 도중 흥분한 모습 때문에 불거진 인성논란에 대한 그의 답변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더욱 앞으로 나아가며(NEW PIO) 그런 자신을 깎아내리는 자들에 날리는 조소(Please)는 일련의 혼란들을 겪은 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사람만이 가능한 특권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트랙 ‘Wake Up’과 ‘!’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시대가 진보할 수록 점차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비판하기를 멈추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담은 듯하다. ‘Big data is new order, Don’t follow the new order’라는 후렴의 반복을 통해 현 시대의 폐혜들로부터 깨어나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마지막 트랙 ‘!’는 마치 기계의 음성이 읽어주는 듯한 독일어 문장 이 후 깨끗한 피아노 소리를 활용한 현대음악이 10분 간 진행된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자유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통제될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며 ‘두려움을 통제하는 사람이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통제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는 나레이션을 통해 통제받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개인의 주체성을 갖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기계의 문법으로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언텔. 물론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능통한 윌낫피어라는 프로듀서와 짝을 이룬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씬에 데뷔한 이후 그가 겪게 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주체성과 사회의 모습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지 않았나 추측한다. 물론 그는 아직 젊고 남은 인생이 길기에 이러한 생각들이 또 다르게 변화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본 앨범을 23살의 어린 청년이 단기간에 치열하게 겪어낸 일들로 인해 갖게 된 강렬한 생각들의 파편을 특색있게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디젤(dsel) – 2kzm.zip (05/03)

필자 김산하

 

국내 힙합 씬을 즐기는 재미 중 하나는 매년 등장하는 10대 래퍼들의 상향평준화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래퍼들의 수명은 길어봐야 2~3년이 한계. 10년 전부터 한결같았던 흐름이다. 첫 믹스테잎, 좀 더 자본이 받쳐준다면 싱글이나 스튜디오 랩 영상을 통해서 초신성으로 평가받던 래퍼들의 대다수는 이후 별다른 작업물없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갔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까지 버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버텨낸다고 하더라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강력한 열과 압력을 견뎌내 비로소 다이아몬드와 같은 단단함과 빛을 발하는 굳센 래퍼들이 간혹 존재한다. 필자는 그 중의 한 명이 바로 디젤(Dsel)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의 나이에 이미 4장의 믹스테잎을 발매하고 차붐의 레이블 LBNC에 입단, 첫 EP ‘00’과 쿤디판다와의 합작 EP ‘농’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힙합 씬의 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쇼미더머니9’과 서리 크루, 비와이(Bewhy)가 설립한 데자부 그룹(Dejavu Group)까지 입성하며 약 10년에 걸친 시간 끝에 비로소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정직하지만 묵직한 스타일의 그의 랩은 마치 정석적인 스트레이트 펀치를 귀로 받아내는 듯한 개성을 뽐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는 반대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로듀서(Jean Banana라는 예명을 쓴다)로서는 랩 스타일과 익스페리멘탈한 사운드들을 다루며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전자음을 기반으로한 붐뱁 박자의 비트들, ‘네오붐뱁’에 능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데자부 그룹에 입성하며 발표한 정규 앨범 ‘2kzm.zip(회 뜨는 기술을 의미하는 ‘이케지메’라고 읽는다)’는 놀랍다. 전자음들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비트 위에 냅다 꽂아버리는 랩 스트레이트의 향연. 전 트랙 작곡, 작사, 편곡 모두 스스로 해낸 이 셀프 프로듀싱 앨범은 현 시점에서 디젤의 모든 역량을 담은 정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난해한 현대음악이 아니다. 다양한 전자음의 목적은 디젤이 뱉는 묵직한 랩의 타격감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며, 찰진 랩 사운드로 뱉어내는 메세지는 너무나도 단순하고 우직하다. ‘내가 너보다 세다. 그러니 줘패놓겠다.’ 자신이 뱉는 가사가 너무 험악해서 엄마는 아름다운 가사를 적으라고 했지만 자신의 폭력적인 가사도 나름대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울엄말’, 난 파괴왕이니 마치 ‘주호민’, 널 패러 가니까 ‘Parrot(패럿)’ 등의 다소 황당한 작명센스에 실소가 터지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앨범의 컨셉이 확고해진다.  ‘New Son Simba!’라는 부제가 달린 ‘Malware’에서는 아예 디젤이 아닌 손심바만 랩을 하며, ‘난 아무로 레이보다 더 뉴타입’이라는 특정 작품(건담) 팬들이라면 감탄할만한 가사를 서슴없이 적어내기도 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보인다. 하지만 언오피셜보이가 참여한 ‘7ㅐ간zl’와 ‘서리’ 크루가 참여한  ‘Coaster(30mix)’를 통해서 앨범은 다시금 첫 컨셉을 확고하게 다지며 마무리된다. 

 

8곡 남짓한 18분의 짧은 플레이 타임이지만 청자로 하여금 펀치 드렁크에 빠지게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앨범이다.  앨범 발매 직후 ‘힙합엘이(HiphopLE)’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작정하고 ‘난폭하고 센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앨범’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힙합을 노빠꾸로 밀고 나가겠다’는 쿨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조금만 말실수하면 물어뜯기 바쁜 요즘 시대에 다들 몸사리는 와중, 정말 눈물나게 반가우리만큼 시원하게 밀어붙이는 태도의 앨범이다.

UNEDUCATED KID(언에듀케이티드 키드) – THE KING OF K-POP (05/27)

필자 염철현

 

국내 힙합 씬 안에서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UNEDUCATED KID(언에듀케이티드 키드)가 활용한 전략은 다소 황당했다. 말이 안 되는 기믹을 사실인 양 떠벌리며 본인만의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은 Chief Keef(치프 키프), Rick Rose(릭 로스)등의 영향이 느껴졌지만, 한국에서는 낯선 방법론이었다. 그렇게 그는 현재 랩스타의 반열에 올랐으며, 해당 앨범에서는 그 사실을 자신이 ‘연예인병’에 걸렸다며 한층 더 뻔뻔하게 떠벌린다. 하지만, 이번 앨범 속 이야기들은 전혀 기믹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없이 살았음에도 지는 방법은 몰랐다고 말하는 ‘How Can I Lose’에서는, ‘잃을 게 없는데 how can I lose?’라 말하며 물질적인 것만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뼈가 있는 말을 날리는데, 이어지는 가사, 이후의 곡들에서는 반대로 물질적인 것들을 드러낸다는 특징이 있다. ‘연예인병’과 ‘어쩌라고’는 그런 돈 자랑, 스웨깅의 절정이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전혀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는 위치에 올랐다. 이러한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삶의 방식이, 바로 앞서 말한 ‘How Can I Lose’의 가사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무지성’에서는 여자와 돈 앞에서는 무지성, 즉 모든 것을 생각 없이 대하며 행동하는 듯 말을 하지만, ‘에어포스원’에서는 ‘난 예술에다 목숨 바쳐 TAKEONE’이라 말한다. 맥락 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전개이지만, 그는 앨범 전체를 통해서 본인의 삶의 방식을 보여줄 뿐이다.

 

잃을 것이 없기에 어차피 질 수 없다는 생각. 돈과 여자를 대할 때는 생각 없이 대하지만, 예술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그리고 이러한 삶을 살게 되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는, 그가 과거에 발매한 작품들을 통해서 이미 드러낸 바 있다.

이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더 이상 치열함을 노래하지 않아도 될 위치에 올랐으며, 더욱 뻔뻔한 스웨깅, 그리고 예술에 임하는 진지함을 노래하는 가사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이루기까지 그는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스스로 힙합을 넘어서 K-POP의 왕이라 자칭하는 것이 (물론 과장은 섞였을지언정) 전혀 부끄럽지 않아 할 것이다. 

바이스벌사(Viceversa) – www.instagram.com/rollingloud/viceversatist (05/29) 

필자 염철현

 

강한 개성의 캐릭터를 각인시키며 주목받는 루키로서 자리 잡았지만, 이전의 작품들이 휘발성이 강한 음악이었음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해당 앨범은 기존의 단점들을 보완하며, 일관된 흐름 속에서 본인만의 철학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는 그대로 유지한 채로 말이다.

 

앨범 곳곳에서 드러나는 그의 지향점, Rolling Loud, Rolex, Rolls Royce는 그 단어만 보면 물욕과 명예욕이 드러나는 듯 비춰진다. ‘@ferrari’, ‘@mercedesbenz’, ‘@mclaren’등의 트랙에서 물욕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rolex’에서 ‘나는 내 시간을 팔아서 시계를 살 필요가 없지 너네처럼’라 말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지향점은 절대로 물질적인 것에만 국한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xxl’과 ‘@rollingloud’에서 말하듯 ‘여전히 x대로’ 달리는 모습과 ‘나는 그냥 뱉는 게 재밌어’라는 말이 결국 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모습이다. 솔직한 본인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그 자체로 인정받은 뒤에 성과를 얻는 것이 그가 원하는 지향점이라 할 수 있다. ‘확실한 건 이 땅은, 나를 위한 땅도 Rarri를 위한 땅도 아니야’라고 ‘@ferrari’에서 말했듯 아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나는 모두가 Rockstar 됐으면 좋겠어’라 말하는 ‘@mclaren’의 가사에서 드러나듯, 본인과 비슷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게 된 후에야야 본인도 본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보이는 동시에, 본인의 철학과 사상이 옳은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드러난다.

 

‘@rollsroycecars’의 ‘한번도 본적이 난 Rollie가 빠르게 갈 때가 그리고 느꼈지 더 세게 천천히 가야지 결국엔 어차피 quality’라는 구절은 이 앨범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정작 물질적인 성공을 이룬 자 중에서는 급하게 행동하는 사람 하나 없었기 때문에, 바이스벌사 또한 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듯 보인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mclaren’의 구절을 뱉은 이유이기도 하며, 앨범 속 모든 메시지의 이유이기도 하다.

넉살 & 까데호 (Nucksal & Cadejo) – 당신께 (06/16)

필자 조경준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는 MC 넉살(Nucksal)과 잼세션을 기반으로 소울과 훵크, 재즈를 넘나들며 매력적인 음악을 선보인 밴드 까데호(Cadejo)가 만났다. 두 아티스트가 콜라보하는 경우, 한 아티스트가 한 아티스트의 색에 맞춰 쫓아가며 기대치보다 아쉬운 작업물이 나오는 경우는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두 아티스트는 서로 각자의 개성을 뿜어내며 잘 어우러진다. 까데호(Cadejo)는 잼 세션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는 밴드인 만큼 세 명의 연주자 모두 정해진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연주를 선보인다. 넉살(Nucksal)은 까데호(Cadejo)의 연주에 따라가며 랩을 하기보다는 하나의 밴드 세션으로서 다른 악기들과 호흡을 맞추며 자유롭게 랩을 뱉는다. 그렇다고 해서 MC로서의 넉살(Nucksal)의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넉살(Nucksal)은 탄탄한 라이밍을 토대로 물 흐르듯 유연하게 플로우를 변화시키며 노련한 모습을 선보인다. 때로는 힘을 주며 타이트하게 랩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힘을 빼고 여유롭게 랩을 하기도 한다. 이런 넉살(Nucksal)의 다채로운 랩의 변화는 피쳐링 진이 거의 없는 앨범임에도 끝까지 우직하게 밀고 갈 힘을 만들어낸다.

 

또한 넉살(Nucksal)은 여타 앨범에서와 같이 여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리릭시스트의 본분을 다한다.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으로 쓰여진 문장들은 뼈 있는 말들로 구성되어 가슴 속에 박힌다. 또한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당신께’ 바치는 노래이자 그들의 삶을 헌정하는 노래처럼 들린다. 까데호(Cadejo)의 자유로운 연주와 넉살(Nucksal)의 이야기가 만나 모든 사람들의 삶을 응원한다. 그 어딘가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모든 ‘당신께’ 들려주고 싶은 앨범.

디젤(dsel) X 프레디 카소(Fredi Casso) – SECOND II NONE (07/05)

필자 김산하

 

방송에 내비쳐지지 않았을 뿐, 올해 힙합씬에서는 리스터들의 귀와 마음을 한껏 사로잡은 멋진 콜라보레이션들이 많았다. ‘데자부 그룹’의 ‘디젤’과 ‘VMC’의 ‘프레디 카소’가 뭉쳐서 만든 합작 앨범 ‘Second II None’ 역시 그 중 하나이다. 

 

‘그 누구에게도 두번째가 되지 않겠다’, 즉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1MC 1PD가 흥미롭고(Exciting), 이색적이며(Exotic), 사악한(Evil)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는 앨범이다. 프레디 카소가 거칠고 투박한 맛을 일부러 한 껏 살려놓은 고전 음악 통샘플 비트 위에 디젤은 질 수 없다는 듯 더욱 더 거칠고 투박하게 라임을 대못박아놓는다. 붐뱁 장르를(비록 붐뱁이라는 단어 하나로 이 앨범의 모든 걸 정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좋아하는 팬들에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든든한 국밥이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예전 붐뱁 스타일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해 옮겨 놓은 것도 아니다. 재즈 비트에서 루프를 따 와 묵직한 드럼을 정박으로 찍어놓는 정석적인 프로듀싱의 문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비트들은 드럼이 거의 강조되지 않고 기타나 보컬 샘플이 두드러져있다. 드럼의 역할을 하는 것은 오히려 디젤과 피처링으로 참여한 딥플로우, 오이글리, 손심바, JJK들의 랩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같이 목소리가 가진 댐핑과 유려한 박자감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래퍼들의 목소리를 악기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프레디 카소의 역량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디젤의 단순한 라이밍 또한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확실한 감상포인트를 가져다주는 부분들이 많다. ‘ㅈ까라 전통 ㅈ만한 놈도 짜요짜요처럼 짜 먹어(강호동)’, ‘만년필 잘 썼지 다 썼지 총 만년씩 그래서 내게 새 촉이 와(5 MINUTES)’, ‘요즘 애들 착해빠져서 못 찍어 앰창(Hell Chosen)’, ‘고삼 아니라서 못 지내지 니 고사(반기문)’ 같은 가사들은 생각없이 듣다가 실소가 터져나오는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 메시지와 주제의식을 뒤로 한 채 청각적 타격감과 나름대로의 개그들에 집중한 디젤의 랩은 오히려 진지한 분위기의 고전 음악 샘플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마치 열대과일에 소금을 찍어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요약하자면,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으나 적어도 이와 비슷한 결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2022년 최고의 앨범으로 언급될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올티와의 디스전이 촉발되어 팬들에게 또 다른 흥미진진함을 주었다는 점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는 앨범.

킹 싸우스 쥐 (King South G) – 딸배트랩 & 딸배퐁크 (08/01)

필자 조경준

 

킹 싸우스 쥐(King South G)의 첫 번째 정규앨범 [보호관찰]은 강렬한 메탈 사운드와 힙합을 잘 조합하여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내었고, 단숨에 씬의 기대주로 떠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보호관찰] 이후 1년 만에 발표된 킹 싸우스 쥐(King South G)의 새 앨범 [딸배트랩 & 딸배퐁크]는 여전히 거칠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가졌고, 트랙 수도 21트랙(피지컬은 23트랙)으로 볼륨이 큰 편이다. 음악이나 보컬이 강렬하고 레벨이 높을수록, 러닝타임이 길어질수록 귀의 피로도도 같이 증가하는데, 중간중간 배치된 스킷과 적절한 위치에 배치된 상대적으로 차분한 트랙들은 귀의 피로도를 줄여주어 몰입도를 높여준다. 또한 이 앨범의 경우, 사운드에 주목하면서 들으면 프로듀싱과 믹싱에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게임 사운드나 오토바이 배기음 등 일반적인 힙합 음악에서 사용하지 않는 샘플을 사용하여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하드코어한 사운드의 음악들의 경우, 사운드의 레벨이 높아 사운드가 깨지거나 사운드가 겹치면서 사운드가 뭉개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일부러 날 것의 느낌을 내기위해 믹싱을 일부러 로우하게 한다. 이 앨범의 경우, 사운드가 깨지거나 뭉개지지 않고 사운드 소스별로 각 층이 분리되어 선명하게 들린다. 이렇기에 사운드가 하드하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눈길을 끌게 된다.

 

킹 싸우스 쥐(King South G)는 앨범 내내 보호관찰 처분이 내려진 오토바이 배달원이자 힙합 뮤지션인 자기 모습을 거침없고 솔직하게 풀어낸다.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에 대해서 거침없이 분노를 드러내며 욕설을 날리기도 하고(나는 무죄다, 내 속도는 야마하), 힙합 뮤지션으로서 엄청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진짜힙합, 천재). 또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 트랙들도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앨범 자체로의 재미를 이끌어낸다.(NW반지, 내 속도는 야마하) 킹 싸우스 쥐(King South G)는 드라마와 영화 속에 나오는 이상적인 청춘의 모습이 아닌, 잔인하고 냉정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가장 현실적인 청춘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거칠고 하드코어하게 막 달리며 뱉는 쌍욕과 분노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그의 오토바이였고, 우리의 삶이었다.

JJK – 비공식적 기록 III (08/19)

필자 염철현

 

JJK는 지난 16년간 래퍼로서 살아남으며, 비로소 OG로서의 인정을 얻어내기 시작했다.  랩을 통해서 본인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을 넘어,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의 기록들은 비공식적 기록이라 말을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너스레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지난날을 기록하며, 현재의 씬에 대해 논하기도 하지만, ‘여전히’에서 말하듯 (I just wanna rap) 그는 단지 랩을 원하고, 원했기에 뱉을 뿐이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도 힙합이 내 태도의 척도’라 말하던 이는 ‘내 랩은’을 통해 본인의 랩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내렸고, ‘Free Lesson’에서는 선생님의 모습으로 ‘힙합은 사는 방식, 삶이 훨씬 중요해’라는 말로 더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Sun Gin이 프로듀싱한 ‘No Role Model’은 상징적인 트랙이라 할 수 있는데, 우선 신세대와의 조화 속에, 네오붐뱁이라는 새로운 듯 옛스러운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본인 또한 보고 배울 누군가를 원하지만, ‘다 나열하고 나니, oh shit… 그거 그냥 나네.’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 것에서 JJK에게서 본받을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씁쓸함은, 랩퍼로서의 성공에 대해 얘기하는 ‘어느쪽이건’에서도 느껴진다.

 

아들로 살아간 기억, 아버지로 살아가는 현재에 대해 말하는 ‘Double Cheese & Dr.Pepper’, 모든 것에 감사하는 ‘T.G.I.F (Thank God, I’m Free)’은, JJK 나름의 답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두 트랙은 ‘랩으로 어린 아들 밥 먹이는’ 삶을 살 수 있는 지금이 있기까지 수많은 과거를 지나왔으며, 여전히 랩으로 먹고살 수 있기에 모든 것에 감사하는 태도로 살아가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크게 보자면, 모든 트랙이 랩을 하며 힙합이라는 태도로 살아가는 JJK라는 한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것은 여러 단어로 표현된다. 자서전 성격이 강한 앨범에서 본인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삶인데, 당연히 타인에 의해서는 더욱 다양한 형태로 기록이 될 것이며, 그 어느 것 하나 공식적으로 정답이라 단언할 수 없다. 첫 트랙 ‘비공식적 기록 III’에서 ‘이런 나이기에 이야기는 많아’라 말하는 이유, ‘누군가에겐 여전히 비공식적 기록일 뿐’이라 말하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다. 그렇기에 첫 문단에 말했듯,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이런 그의 말들이 너스레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람 – 천사 (09/21)

필자 염철현

 

듣는 사람에 따라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소재들을 활용하였다. 천사라는 제목 또한 서양적인 것이 아닌, 하늘의 사자라는 한자 그대로의 의미에 가까우며, 한국사람 스스로를 그런 영적이며 신앙적인 존재에 비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죽어왔던 내가 널 죽이는 음악’에서는 작업을 위해 방에서 나오지 않거나, 많은 사람을 만나러 집 밖을 돌아다니는 본인의 모습을 ‘귀신’이라 비유한다.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비슷하게 처해있는 현실일 것이며, 이를 귀신이라 비유하는 것은 평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어 본인을 더욱 위대한 존재로 표현하는 ‘용’같은 트랙이 특히나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실제로 굿을 경험한 후, 그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듣는 경험 말이다. ‘죄인 같은 내 모습 끝을 보내 (prod. 권기백)’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마치 한국사람 본인이 접신한 듯한 모습이다. 가사적으로도, 랩 퍼포먼스를 보아도 말이다.

 

그간 한국사람은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들을 엮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는 방식을 선호하는 듯 보여졌고, 그럼에도 나름의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곳곳에 넣는 식이었다. 다른 앨범에서는 유기성이 다소 부족했다면, 해당 앨범은 온전히 하나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을 위한 장치로서 프로듀서들의 역량 또한 빛을 발한다. 특히 샘플링 활용에서 말이다.

 

‘죽어왔던 내가 널 죽이는 음악’에서는 스타크래프트 속 마린의 음성이 활용되었는데, 본인의 체력을 깎으면서 각성하는 스킬인 ‘스팀팩’, 그리고 유닛이 죽는 소리를 직접적으로 샘플링 한 것이 강한 인상을 준다. ‘백의의 천사’같은 경우에는 심수봉님의 ‘백만송이 장미’를 샘플링 하였는데, 서양 음악을 리메이크하였지만, 한국인들에게도 오랜 사람에 따라 불편하게 여길 수 있는 소재들을 활용하였다. 앞서 말했듯 천사라는 단어는 서양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해당 앨범에서는 하늘의 사자라는 한자 그대로의 의미에 가깝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서양의 곡을 리메이크 했으나 한국적인 정서를 갖춘 트랙을 샘플링한 것은, 해당 트랙을 넘어 해당 앨범의 주제와도 맞물려있다. ‘죽어왔던 내가 널 죽이는 음악’에서는 작업을 위해 방에서 나오지 않거나, 많은 사람을 만나러 돌아다니는 본인의 모습을 ‘집안의 귀신’이라 비유한다.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음악가가 비슷하게 처해있는 현실일 것이며, 이를 귀신이라 비유하는 것은 평범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어 본인을 더욱 위대한 존재로 표현하는 ‘용’ 같은 트랙이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해당 앨범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감상은, 필자의 이전 리뷰를 참고 바란다. 

이현준 (Lee Hyun Jun) – 번역 중 손실 (10/15)

필자 조경준

앨범에 서사가 있어야 좋은 앨범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라고 서사가 단단한 앨범인가? 그건 또 아니다. 하지만 좋은 서사와 높은 완성도의 음악이 담긴 앨범이 좋은 앨범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현준(Lee Hyun Jun)의 [번역 중 손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번역’이라는 하나의 비유를 통해 풀어간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현실과 픽션 사이의 서사를 가져가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몰입을 할 수 있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이다.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현준(Lee Hyun Jun)의 직설적이고 날카로우면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가사, 때로는 폭발적으로, 때로는 차분하게 랩과 보컬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각 상황에 맞는 감정을 폭넓게 표현하는 이현준(Lee Hyun Jun)의 퍼포먼스, 그리고 사운드를 부수고 재조합하며 이현준(Lee Hyun Jun)의 가사와 유기적으로 호흡을 주고받는 곤드(Gond)와 시아이(Syai)의 실험적인 프로듀싱. 작가주의적인 화자의 세계관과 좋은 음악적 시도가 만난다면 이런 임팩트 강한 앨범이 탄생한다.

 

앨범은 모든 감정을 억제해주는 가상의 약물 ‘소마(Soma)’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가상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소마‘는 올더스 헉슬리(A.L.Huxley)가 1932년에 발표한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 나오는 약물이다.) ‘인간관계의 번역’이라는 주제처럼 앨범 내내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낯선 이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거칠게 풀어간다. 앨범은 가상의 사건에 대한 스토리텔링이지만(중반부에 들어간 스킷들이 이 앨범이 가상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앨범임을 드러낸다.), 이현준(Lee Hyun Jun)의 전작들처럼 이현준(Lee Hyun Jun)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커다란 스토리 안으로 녹아들어 가 있다. 앨범은 점점 감정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고조되다 ‘White Lighter’에 다다라서 터지며 ’Newspaper’로 앨범이 마무리 지어질 때까지 가라앉는다. ‘Newspaper’에서 이현준(Lee Hyun Jun)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처럼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가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낯선 이에게는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지만, 결국 가까운 사람에게는 사랑을 더 느끼지만 가깝고 편한 만큼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관계에 대한 모순에 대해서 이현준(Lee Hyun Jun)은 다양한 톤을 적극 활용하며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이러한 표현은 실험적인 프로덕션과 만나며 더 극적으로 만들어졌다. 

HYPNOSIS THERAPY(짱유(JJANGYOU), Jflow) – HYPNOSIS THERAPY (10/27) 

필자 조경준

2015년 EP 앨범 [비밀꼴라쥬]로 데뷔한 팀 와비사비룸(Wavisabiroom)은 에이뤠(ARwwae), 제이플로우(Jflow), 짱유(JJangyou) 세 멤버의 개성이 충돌하며 불완전하면서 완전한 음악을 선보이며 매니아들과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2017년 EP 앨범 [Vibe] 이후 와비사비룸(Wavisabiroom)이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짱유(JJangyou)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날 것의 음악을 선보였고, 제이플로우(Jflow)는 히피는 집시였다(Hippy Was Gypsy)와 솔로 앨범을 거치며 플레이어가 아닌 알앤비 프로듀서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활동하던 두 아티스트는 2022년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라는 이름 아래 다시 뭉쳤다.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는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와비사비룸(Wavisabiroom) 활동만큼 강렬한 날 것의 느낌을 가진 힙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테크노와 레이브 등 90년대~2000년대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일렉트로니카 비트 위에서도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하며 날아다니는 짱유(JJangyou)의 퍼포먼스도 놀랍지만, 90년대와 2000년대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구현한 제이플로우(Jflow)의 프로듀싱은 여러모로 더 인상적이었다.

 

앨범은 일반적인 1 MC 1 프로듀서 포맷의 앨범처럼 단순히 제이플로우(Jflow)의 비트 위에 짱유(JJangyou)의 퍼포먼스가 올라가 있지 않다. 제이플로우(Jflow)는 이펙터와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짱유(JJangyou)의 보컬을 자유자재로 만지며 하나의 악기로 활용하는데, 일렉트로니카 음악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을 그대로 음악에 적용시킨다. 또한 힙합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드는 팀인 만큼 적극적으로 힙합이라는 요소를 활용하지만, 음악을 힙합이라는 틀 안에 가둬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앨범은 랩이 강조되기도 하고, 비트의 흐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도 하는 등 앨범은 매 순간 일정한 흐름 안에 예측불가능하게 진행된다. 이 부분은 요즘 유행하는 Y2K 감성과도 그대로 이어진다. 와비사비룸(Wavisabiroom) 시절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두 아티스트는 또다시 한번 새로운 충격과 흐름을 다시 만들어내었다.

크림빌라 (Cream Villa) – FURY (11/22)

필자 염철현

해당 앨범은, 마지막을 각오하고 만들었다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재지한 비트의 ‘Libido Theory’, 그리고 앨범 속 유일하게 타인들을 향한 메시지인 ‘Keep Ya Head Up’을 제외하면, 전쟁처럼 랩 게임에 임하는 태도를 드러내며, 고지를 점령하고자 하는 열망이 이 앨범의 주된 주제라 할 수 있다.

첫 트랙 ‘The Step’을 통해 힘겨웠던 지나온 과정들을 풀어내는데, 각자의 벌스 도입부 두 마디만 들어도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질 만큼, 직관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이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으며, 그들이 왜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앨범에 임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For Sure’ 속 ex8er의 벌스는, 과거 2집 ‘Creamtopia’의 ‘D.B.L.E.Q’ 속 ‘내 직업이 두개인게 이 게임에서 핸디캡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걔네’라 말하던 본인의 벌스와도 맞물려 있는 지점이다. 당초 FURY가 2집을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복선 회수를 제대로 한 셈이다.

이런 식의 복선 회수는 ‘Cold’ 속 Billy Cavin의 벌스에도 담겨있다. ‘2018년 2월에 냈던 곡 체크해 멜론 댓글 창’이라는 가사를 통해 본인이 발표한 ‘페미니즘’이라는 곡에 대한 반응을 언급하는데, 중립적인 시선에서 각자를 존중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상관없이, 댓글 창은 서로 싸우기 바쁘다. ‘또 진심을 담아 내면은 뭐해’라는 말로 당시의 심경을 알 수 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했기 때문에, 그간 못 했던 말들을 비로소 꺼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장한 각오로 출격에 임하는 ‘적시 (適時)’, 마음껏 분노를 표출하는 ‘FURY’, 은퇴 직전 라스트 댄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는 ‘Game Time’, 모든 것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린 ‘덕천로 72’, 돌아온 후에도 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있음을 표현하는 ‘전흔 (戰痕)’으로 이어지는 전개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첫 문단에서 말했듯, ‘Libido Theory’, ‘Keep Ya Head Up’는 다소 다른 분위기와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트랙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로 인해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 한 리스너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렇듯 약간의 아쉬운 지점은 있지만, 마냥 깎아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은 여전히 화려한 스킬을 뽐내며, 여전히 수준급의 작사를 보여주며, 크림빌라만의 색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필자별 선정작 리스트

 

필자 김산하 인스타그램


웨이 체드(Way Ched) – IT’S YOUR WAY (01/11)
비프리(B-FREE) – FREE THE BEAST 2 (02/16)
차메인(ChaMane) – 26 (04/08) 
웨이 체드(Way Ched) & 언오피셜보이(unofficialboyy) – i (04/09)
언텔(Untell) – HUMAN, the album (04/17)
토이고(Toigo) – JIGGY BOY (04/21)
디젤(dsel) – 2kzm.zip (05/03)
배드맥스(Badmax) – Bad Universe (05/12)
바이스벌사(Viceversa) – www.instagram.com/rollingloud/viceversatist (05/29)
스카이민혁 X 필리(Feely) – 작전 (06/30)
허성현 – 926 (07/07)
디젤(dsel) X 프레디 카소(Fredi Casso) – SECOND II NONE (07/05)
노윤하 – Skip Bottom (07/15)
HYPNOSIS THERAPY(짱유(JJANGYOU), Jflow) – HYPNOSIS THERAPY (10/27)
크림빌라 (Cream Villa) – FURY (11/22)
필자 염철현 인스타그램

피타입(P-TYPE) – Hardboiled Café (02/18)
Lil Moshpit – AAA (04/01)
언텔(Untell) – HUMAN, the album (04/17)
UNEDUCATED KID – THE KING OF K-POP (05/27)
바이스벌사(Viceversa) – www.instagram.com/rollingloud/viceversatist (05/29)
BIG Naughty (서동현) – 낭만 (06/09)
Loxx Punkman(록스 펑크맨) – O.N.E (07/05)
VEKOEL(베코엘) – 5 Stars (07/26)
JJK – 비공식적 기록 III (08/19)
한국사람 – 천사 (09/21)
unofficialboyy, 재지 문(Jazzy Moon) – 철한자구 (10/01)
이현준 – 번역 중 손실 (10/15)
HYPNOSIS THERAPY(짱유(JJANGYOU), Jflow) – HYPNOSIS THERAPY (10/27)
팔로알토 (Paloalto) – Dirt (10/29)
크림빌라 (Cream Villa) – FURY (11/22)
필자 조경준 인스타그램

씨잼 (C Jamm) – 걘 (02/03) 
공공구 (Gonggonggoo009) – ㅠㅠ (03/31) 
릴 체리 & 골드부다 (Lil Cherry & Goldbuuda) – Space Talk (04/28) 
일삼공공 (1300) – Foreign Language (04/29) 
디젤(dsel) – 2kzm.zip (05/03)
바이스벌사(Viceversa) – www.instagram.com/rollingloud/viceversatist (05/29)
넉살 & 까데호 (Nucksal & Cadejo) – 당신께 (06/16)
킹 싸우스 쥐 (King South G) – 딸배트랩 & 딸배퐁크 (08/01)
JJK – 비공식적 기록 III (08/19)
한국사람 – 천사 (09/21)
이현준 – 번역 중 손실 (10/15) 
칠라우드 (Chilloud) – Dustystar (10/26)
HYPNOSIS THERAPY(짱유(JJANGYOU), Jflow) – HYPNOSIS THERAPY (10/27)
김아일 (Qim Isle) – Some Hearts For Two (11/01)
반 느와르 (Van Noir) – Yegakdoshi (12/23)

작성자

  • 염철현

    커뮤니티에 100개 이상의 리뷰를 올린, 자(!)타공인 헤비 리스너.
    여러 웹진에 글을 기고했으나, 매번 아깝게 떨어진 바,
    결국은 이렇게 사람을 모아서 웹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