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한국사람
Album : 천사
Date : 2022.09.21

*ㅤ들어가기에 앞서

해당 앨범은 해몽이나 굿과 같은 미신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고로 해당 앨범, 그리고 이 리뷰를 읽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당 앨범을 처음 접한 리스너는, 동양적인 요소가 다분한 이번 앨범의 제목이 ‘천사’로 정한 것에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중의적인 의미이며, 그 자체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미지의 존재를 표현하려는 의도일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천사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에서 의미하는 천사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 창조주가 만들어낸 영적 존재이며, 그 신비주의 덕분에 그 자체로 신앙적 믿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동양에서의 천사는 한자(天使)의 뜻 그대로 하늘의 사자를 의미하며, 이 역시 기독교에서의 천사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신앙적 믿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죽어왔던 내가 널 죽이는 음악’에서는 집안의 사정을 얘기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창작에 몰두하는 자신을 ‘집안의 귀신’이라 칭한다. 이어지는 ‘碧海黃龍宅靑松白鶴樓 (skit)’에서는 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본인의 태몽이 용꿈이었음을 말하고, 다음 트랙 ‘용’은 말 그대로 자신을 용에 비유한다.

‘공 空’에서 ‘죄인 같은 내 모습 끝을 보내’까지의 전개가 매우 인상적인데, ‘접’의 가사집에 나와 있는 설명으로 미루어 보아, 실제로 무당을 찾아가 굿을 했던 듯하다. 굿을 하는 무당들은 접신을 한다고들 표현한다. 접신이란, 무당이 모시는 신(여기서 말하는 신은 하나님이나 부처님 같은 존재가 아니다. 장군이나 동자 따위의, 그들이 모시는 귀신.)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무언가에 빌어서라도 소망을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일 수 있겠지만, 이것은 각자의 생각에 맡기겠다. 어쨌든 한국사람은 거금을 들여가며, 본인의 성공을 빌었다.

그리고 ‘나는 죄인 같은 내 모습 끝을 보내’에서는 마치 본인이 무언가에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오늘도 방에서 기적을 위해서 기절’ 등의 가사를 보면, 1번 트랙과 비슷한 맥락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번 트랙에서는 스스로 죽어가며 귀신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무언가 경지에 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낙서 落書’에서 ‘백의의 천사’까지의 전개도 인상적인데, ‘낙서 落書’는 어쩌면 이 앨범에서 가장 현실적인 곡이지만, 제목부터 낙서라고 명명한다. 대놓고 여자와의 하룻밤을 원하는 모습을 그리는 모습에 이어서 ‘나는 부끄러’라는, 자아 성찰 가득한 곡이 이어지고, 또 그다음은 아름다운 여성을 천사에 비유한 ‘백의의 천사’가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백의의 천사’에서 심수봉 님의 ‘백만송이 장미’를 샘플링했다는 점인데, 구소련의 민요에 심수봉 본인의 작사를 더한 이 곡은, 서양의 곡이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노래이다. 해당 트랙뿐만 아니라 앨범의 제목,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신앙적 믿음의 대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디에나 있는 주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듯했다.

‘박하사탕’은 이 앨범에서 가장 논란이 될 트랙이라 여겨지는데, 동명의 영화가 순수했던 청년이 몰락하여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역순으로 담은 영화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해당 트랙 이전의 한국사람이 굿을 하며 큰돈을 받쳤으나 성공을 이루지 못 한 모습, 성욕에 사로잡히는 모습, 그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모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몰락했음을 그려낸다. 그리고 자살을 결심한 김에, 다 같이 죽자는 느낌으로 무분별한 폭언을 쏟아내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즉, 해당 곡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내뱉는 문장들을 문학적인 표현으로써 용인해야 한다는 해석 또한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수는 있다.)

이다음에 이어지는 곡의 제목이 ‘잘 놀았다’ 인대, 이는 한국사람에게 씌인 귀신의 시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앞선 전개들은 무언가에 씌인 상태에서 저지른 행동들이며, 접신했던 존재는 그저 한 바탕 잘 놀다 간 것뿐이고, 한국사람 또한 놀아난 것뿐이라는 해석할 수 있다. 만약에 ‘박하사탕’을 통해서 자살을 하고 끝나는 마무리였다면, 경적이라던가 다른 사운드로 표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잘 놀았다’는 앞선 ‘낙서’와 마찬가지로 테크노 장르의 곡인데, 비슷한 사운드를 앨범에 또 한 번 배치하는 것 또한 하나의 의도된 장치였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마지막 트랙 ‘로얄 서울 호텔’은 비로소 한국사람의 자아로 돌아온 듯한 모습을 보이며, 현재의 시점에서 지난날을 돌아본다. 앞선 트랙들에서는 날이 선 채로 거친 언행을 쏟아내지만, 마지막에 와서는 그간 겪었던 많은 일을 늘어놓은 후에 ‘내가 나이가 든건가’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첫 트랙에서 ‘있었던 일 잊었던 만큼 많은 일 있었네’와 말한 것과는 달리, 사실은 하나도 잊지 않았음을 드러내고 있다. 다른 앨범에서 이런 트랙이 등장했다면 자아가 성숙한 모습이라 보일 수 있겠지만, 해당 앨범의 마무리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은 무언가 씌였던 존재가 빠져나가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보인다.

예전에 ‘한(恨)’ 앨범 리뷰에서 말했듯, 한국사람의 음악은 예측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주제 선정이나 추상적인 가사 또한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천사’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직설적인 가사가 많다. 여전히 독특한 주제 선정과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번 작은 확실히 기존의 작품들과는 성격이 달랐다. 너무나도 직설적이었던 탓에, 해당 앨범은 여러 노이즈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정말로 그가 본인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굿판을 벌였는지, 그 과정에서 접신을 하여 귀신을 보는 경험을 하였는지 여부는 작품 감상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쨌거나 그가 팬들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진심은 첫 트랙의 후반부 벌스, 그리고 마지막 트랙에 모두 담겨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사람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cavin_ghost

글쓴이

  • highgel

    커뮤니티에 100개 이상의 리뷰를 올린, 자(!)타공인 헤비 리스너.
    여러 웹진에 글을 기고했으나, 매번 아깝게 떨어진 바,
    결국은 이렇게 사람을 모아서 웹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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