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 자이언티 (Zion.T)
Album : OO
Date : 2017.02.01.

자이언티(Zion.T)가 2014년에 발표한 정규앨범 [Red Light]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OO]의 전체적인 컨셉은 영화관이다. 자이언티(Zion.T)는 각종 매체에서 음악을 영화에 비유했었고, 음악을 만드는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과 비슷하다고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첫 번째 정규앨범 [Red Light]의 앨범 커버 아트워크는 자이언티(Zion.T)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고, 앨범에는 ‘Neon’이라는 곡의 ’Director’s Cut’ 버전이 따로 존재한다. 이번 앨범 [OO]는 저번 정규앨범 [Red Light]의 연장선상에 있다. 앨범 제목인 [OO]는 영사기 속에 있는 영화 필름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앨범의 첫 트랙의 제목은 ‘영화관’이다. 심지어 앨범의 피지컬은 필름 통 모양을 하고 있으며, 안에는 필름과 플립 북이 들어있다.

(좌) [Red Light] 앨범 아트워크 (우) [OO] 앨범 피지컬 디자인 (출처 : 아메바컬쳐, 더 블랙 레이블)

[Red Light]와 [OO] 모두 자이언티(Zion.T)가 한 편의 영화의 감독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해간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여러 가지 차이점을 가진다. 음악적인 차이도 존재하지만 제일 중요한 차이점은 자이언티(Zion.T)가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이다. [Red Light]에서는 한 편의 영화감독으로서 연출자로서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앨범을 그려나갔다면, [OO]에서는 자이언티(Zion.T)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밖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띠고 있다. 그렇기에 앨범은 관객이 영화를 보듯 관찰자로서 밖에서 안으로 들여다보는 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OO]의 앨범 소개 글을 읽어보면 ‘자이언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경을 연상케 하는 앨범명 ‘OO’는 자이언티의 시각과 시야를 표현하는 한편, 대중과 자이언티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자이언티(Zion.T)의 시각과 시야’와 ‘대중과 자이언티(Zion.T)의 교집합’이라는 의미는 상반되는 요소이다. 앨범을 정주행한 이후, 앨범 소개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OO]는 자이언티(Zion.T)라는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 이야기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또한 동시에 자이언티(Zion.T)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거나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자신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풀어간다. 그렇기에 자이언티(Zion.T)의 개인적인 솔직한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과 교집합을 만들어내며 공감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점은 영화감독의 인생을 그렸지만 많은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큰 공감을 만들어내었던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 연상이 되었다. 그럼 자이언티(Zion.T)가 연출한 영화를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자이언티 (Zion.T) – 영화관 티저 영상

[OO]는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영화관’이라는 트랙을 오프닝 시퀀스로 하여 막을 연다. ‘영화관’은 [OO]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트랙으로 앨범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앨범의 이야기가 전개될 인물과 장소에 대한 소개하는 트랙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떨리고 설레는 감정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상황으로 비유하여 표현하였는데, 섬세한 묘사로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내는 것은 영화를 직접 보는 듯 선명하게 그려졌다. 트랙은 단순한 루프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악기와 코러스들이 공간감 있고 입체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각 장면에 맞는 배경과 미장센의 역할을 똑똑히 해낸다. 또한 이 트랙은 보사노바로 제작되었는데, 보사노바 특유의 따뜻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느낌은 섬세한 프로덕션과 만나 짧은 트랙임에도 완성도 높은 흑백영화를 본 듯이 몰입하게 만들어낸다.

트랙의 아웃트로 속 자이언티(Zion.T)의 가사 “어떤 장면으로 남을까 / 너와 나의 이야기가 언젠가 /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까 / 다음 주연배우는 누굴까 / 난 어쩌면 카메오 아닐까 / 자리에 앉아있을까”는 결국 이 앨범이 담고자 했던 내용을 잘 요약한 가사이다. 이 부분은 이 앨범 구성이 영화 연출 방법을 토대로 전개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초반부는 중심 사건이 전개될 수 있도록 초석을 깔아두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영화에서 담고자 하는 주제, 결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중요한 부분이다. 자이언티(Zion.T)는 아웃트로에서 앨범에 담고자 했던 이야기를 독백과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OO]의 초반부를 마무리 짓는다.

자이언티 (Zion.T) – 노래 (The Song) M/V

[OO]의 오프닝 씬이 끝나고 나면, 미니멀한 트랙 구성이 인상적인 ‘노래’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노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사운드 구성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피아노 루프로 시작한 트랙은 시간이 지나면서 클랩이 추가되고, 벌스 1의 중반부부터 베이스가 추가되는 등 곡이 진행될수록 악기가 하나씩 추가되면서 점차적으로 사운드가 풍부해진다. (가볍게 비교하면, 훅 부분 악기 구성을 비교하면 된다. 훅이 나올 때마다 연주되는 악기 구성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가사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엿볼 수 있는데, 초반부에는 ‘진심을 담기 위해서 이 트랙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이 트랙 안에 담고 싶었던 진심’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음악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벌스 2는 드럼과 베이스 루프로만 구성되어있고, 자이언티(Zion.T)는 그 위에 랩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이언티(Zion.T)의 랩이 끝날 때쯤 웅얼웅얼하면서 벌스가 마무리 지어지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의도된 장치이다. 벌스 2 가사를 보면 자이언티(Zion.T)는 급발진하듯이 직설적으로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한다. 웅얼거리며 벌스가 마무리되는 연출은 온전한 진심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해졌을 때 밀려오는 부끄러운 감정을 잘 표현한 것이다.

또한 이 트랙에는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다. 트랙의 전체적인 가사를 보면 진심이 담겨있는 소중한 노래인 만큼 가볍게 소비되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소중한 트랙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큰 모순이 있다. 훅 부분 가사(“이 노랜 유명해지지 않았음 해 / 사람들 가사를 못 외웠음 해”)를 보면 자이언티(Zion.T)는 이 노래가 유명해지지 않기를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는 유명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국 한 편에서는 소중한 노래이기 때문에 좀 더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이언티 (Zion.T) – Comedian
조커 (Joker) 메인 예고편

이후 광대의 슬픔이 가득한 웃음소리와 환호하는 관중들의 소리가 페이드아웃 되며 ‘Comedian’으로 이어진다. 이 트랙에서 자이언티(Zion.T)는 타인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이는 대로 자신을 판단하고 논하는 대중들의 시선과 그에 맞춰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을 무덤덤하게 읊조리듯이 노래를 부른다. 대중의 시선에 맞춰 자신의 감정과 본 모습은 숨기며, 대중들의 니즈를 맞춰 퍼포먼스를 펼쳐야 하는 자이언티(Zion.T)의 모습은 영화 ’조커 (Joker)’속 아서의 모습과 어딘가 겹쳐졌다. 상대방의 보이는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대중(관객)과 본 모습을 숨긴 채 대중에게 연기를 하는 자신(배우)의 모순적인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와 같다. 이 트랙의 제목이 ‘Comedian’인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자이언티 (Zion.T) – 미안해 (Feat. Beenzino)

분위기를 바꿔 밝은 톤의 트랙 ‘미안해’로 이어진다. ‘미안해’는 앨범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았을 때, 앨범 내에서 제일 튀는 트랙이다.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았을 때는 괜찮은 트랙이다. ‘미안해’는 앨범에서 제일 무거운 분위기의 두 트랙 ‘Comedian’과 ‘나쁜 놈들’ 사이에 있는데, 무거운 트랙들 사이에 위치하여, 마냥 무거워질 수 있는 앨범의 분위기를 환기해주는 역할을 한다. 화가 난 애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감정에 호소하며 용서를 구하는 자이언티(Zion.T)와 침착하게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빈지노(Beenzino)의 상반된 바이브는 곡을 더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자이언티 (Zion.T) – 나쁜 놈들

‘미안해’에서 잠시 환기된 분위기는 ‘나쁜 놈들’로 넘어오면서 다시 분위기는 진중하고 무거워진다. 인트로의 ‘부자가 되고 싶어’라는 가사처럼 ‘나쁜 놈들’에서 자이언티(Zion.T)는 깊은 내면에 있는 욕망에 대해서 솔직하게 풀어간다. 자이언티(Zion.T) 개인의 솔직한 생각들을 담담하게 뱉어낸다. 개인마다 성공의 기준은 분명 다르지만, 각자 삶에서 그 기준을 이룩하기 위한 욕망을 숨기고 살아갈 것이다. 욕망을 갖는다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욕망이라는 것은 이기심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기적인 마음을 숨기고 남을 대하는 자신의 모습은 상대방 입장에서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트랙의 제목이 ‘나쁜 놈들’인 제일 큰 이유이다.

자이언티 (Zion.T) – Complex (Feat. G-Dragon)

‘나쁜 놈들’에서 이야기한 욕망은 ‘Complex’에서 열등감으로 전이된다. 이 트랙에는 지드래곤(G-Dragon)이 참여하였는데, 각자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에 대해서 솔직히 풀어간다. 벌스 1과 2에서 자이언티(Zion.T)는 자기의 단점과 싱어송라이터로서 느끼는 콤플렉스에 관해 이야기하고, 벌스 3에서 지드래곤(G-Dragon)은 자이언티(Zion.T)가 느끼는 콤플렉스는 오히려 자신에게 부러운 점이라고 말하며, 전 세계를 사로잡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패션계에서도 인정받는 셀럽으로서 느끼는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풀어간다. 두 아티스트가 풀어간 가사를 보면 각자는 각자가 느끼는 콤플렉스가 있고, 누군가의 콤플렉스는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부분은 음악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미니멀한 구성의 루프로 구성된 비트는 두 번째 훅에 다다르면 리듬이 변주되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구성의 리듬으로 연주되다가 아웃트로에서 다시 미니멀한 구조로 돌아오면서 바뀐다. 콤플렉스를 가질 때 느끼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강박적인 느낌을 사운드적으로 잘 풀어간 것이다.

아웃트로의 ‘가끔 나 내가 아님 좋겠어 / 아무도 우리가 / 우리인지 모른다면 / 남들처럼 손 잡고 걷는 상상해 / 햇살 좋은 공원에서’라는 가사는 결국 자이언티(Zion.T)가 이 트랙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이언티 (Zion.T) – 바람 (2015) Live (at 유희열의 스케치북)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마지막 트랙 ‘바람 (2015)’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자이언티(Zion.T)를 향한 사람들의 바람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트랙이다. 어쿠스틱 세션으로 시작되는 트랙은 트랙의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자이언티(Zion.T)의 감정이 격화되면서 호소력이 강해진다.

트랙의 중간에 들리는 불완전한 휘파람 소리와 훅 부분의 가사 “저 사람들은 / 내가 노래하길 바라 / 뭐든 이야기하길 바라 / 나는 나는 할 말이 없어 없는데 / 위로 되어주길 바라 / 내가 뭔가가 되어주길 바라 / 나는 나는 / 아무것도 아닌 놈인데”를 보면 자이언티(Zion.T)가 자신을 향한 바람에 대해서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신을 향한 바람에 비해 자신은 과분하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감사함. 이 모든 감정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있다. 이 감정은 점차 고조되다가 마지막 훅에 다다라서 폭발하고 만다.

마지막 훅이 끝난 이후, 자이언티(Zion.T)의 휘파람 소리로 곡은 마무리되는데, 중반에서의 휘파람 소리와는 반대로 완전한 휘파람 소리가 나온다. 이는 자이언티(Zion.T)가 복잡한 감정을 다 토해내고 해소된 것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바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다. 자이언티(Zion.T)는 듣는 사람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곡을 마무리한다.

자이언티 (Zion.T) – 영화관 (Instrumental)

자이언티(Zion.T)가 준비한 한 편의 영화는 앨범 [OO]의 시작을 열었던 첫 트랙 ‘영화관’의 인스트루멘탈 트랙을 통해 크레딧이 올라가며 마무리 지어진다.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엔딩 시퀀스

자이언티(Zion.T)의 두 번째 정규앨범 [OO]는 ‘영화관’으로 시작하여 자이언티(Zion.T)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쭉 담아내고 다시 ‘영화관 (Inst.)’이라는 트랙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앨범의 트랙 배치 또한 영화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 가깝게 배치되어 있다. 위와 같은 앨범 구성은 영화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이 연상되었다. 주인공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었던 영화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처럼 [OO]에서 자이언티(Zion.T)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어 듣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자이언티(Zion.T)는 ‘Click Me’로 데뷔할 때부터 독특한 감성과 퍼포먼스, 어떤 색도 자신만의 색으로 잘 소화해내었기에 차세대 알앤비 아티스트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었다. 첫 번째 정규앨범 [Red Light] 이후, 자이언티(Zion.T)는 많은 싱글을 발표하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였고, 소속된 레이블이 바뀌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새 레이블인 ‘더 블랙 레이블(The Black Label)’에 합류한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새 정규앨범 [OO]에서 자이언티(Zion.T)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각본으로 쓰고, 그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각 씬을 연출하고, 그 위에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연출 의도에 맞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이는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었고, 자이언티(Zion.T)가 선보인 영화는 우리 모두의 영화로 확장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도 각자의 영화관 속에서 자이언티(Zion.T)의 영화는 상영되고 있을 것이다. 그게 이 앨범이 가치를 갖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자이언티 (Zion.T)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ziont/

더 블랙 레이블 (The Black Label)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theblackl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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