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으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 또한, 처음에는 팬의 입장에서 시작하게 된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과거에는 많은 팬들이 커뮤니티에서부터 시작했다. 오늘 인터뷰할 이센스윙스님은 힙합 커뮤니티 내에서 악질 유저로 이름을 떨쳤으며, 지금도 그때의 캐릭터를 본인의 음악에 고스란히 녹여낸 뮤지션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진짜 힙합을 하는 몇 안 되는 래퍼 중 한 명인 이센스윙스입니다.

Q. 처음에 커뮤니티에서 접했을 때는, 지금처럼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래퍼가 되실 거라 생각을 못 했습니다. ‘61 Crew’도 시작 자체는 장난처럼 받아들여졌어요. 지금은 크루 내에서도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많아요. 이센스윙스 님을 제외하고는 Eastfrog(이스트 프로그)님이나 Enzzx(엔쪼)님, Hot Damn Boi(핫뎀보이)님, TAEB(태비)님 등이 플레이어로 활약 중입니다. 크루원들에 대한 애정도 깊으실 텐데, 크루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61 Crew는 힙합플레이야 유저 시절 재윤이, 찬재와 함께 장난식으로 만든 인터넷 기반 크루입니다. 재윤이와 찬재 그리고 저 모두 어머님 출생 연도가 61년생이기에 61 mofuckers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으나 후에 재윤이가 저희와 친해지고 싶어 부모님 출생 연도를 의도적으로 속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적 성취를 이루겠다는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그저 게시판에서 재밌게 놀려고 만든 크루입니다. 4년 전 주로 힙합플레이야 자녹게 게시판에 저희 작업물만 추천을 누르면서 놀았던 것이 주된 활동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East frog, Enzxx, HOT DAMN BOI, Taeb와 같이 잘하는 친구들이 함께하게 되었지만, 현재는 음악적인 크루로서는 사망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친목 사교회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현재 생각보다 인원이 너무 많아져서 저는 이미 단체 카톡방은 나온 상태입니다. 그래도 저의 시작점이라 생각하고 여전히 재밌게 함께 놀고 있습니다. 61 forever!!

Q. ‘일반인’ 앨범 이전까지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아직 MC보다는 힙합 팬의 바이브에 가까웠던 앨범이라 생각됩니다. 이후 발매된 작품들에 비해서 초기에는 너무 가볍고, 조금은 더 장난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원 사이트에 보면 이 시기의 곡들이 대부분 내려가 있던데, 사실 어떤 이유로 내리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도 래퍼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힙합 팬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뮤지션의 태도보다는 게시판 유저의 태도가 첫 ep 두 장에서는 강했고, 장난 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냈던 앨범들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들어보니 너무 구렸어요. 랩도 못 하고, 가사나 곡 구성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 수준 이하고, 창피해서 내렸어요. 그래도 그나마 괜찮은 몇 개는 추억으로 살려 두었습니다.

그래도 그 쓰레기 같은 EP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다고 생각하기에 음악의 질과는 별개로 아주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너무 엄격한 자기 객관화는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조금 줄이고 그저 행동하여 결과의 만들어내는 것이 처음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시절 곡 중에는 ‘개새끼’라는 곡을 추천합니다.

Q. 초기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Akrasia’ 앨범 같은 경우는 홍대 길거리에서 판매를 하시기도 했어요. 여러 래퍼분들에게도 CD를 나눠드리고 사진을 찍어 올리던 모습들이 기억납니다. 이러한 원초적인 홍보 방식을 선보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길거리에서 믹스테이프를 뿌리는 것이 본토에서는 제법 흔한 일이잖아요. 그런 모습들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어그로를 위한 것이었는지… 당시에도 개인적으로 많이 궁금했었습니다.)

사실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첫 번째. 두 번째는 홍보 목적이었죠.

어차피 인터넷에 올려도 아무도 안 듣는 거, 밖에 나가서 홍보하면 재밌으리라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딥플로우형이 한 20장 정도 사줬고, 그 덕에 좀 팔렸어요. 잡상인 취급하다가 검증된 사람이 몇 개 사가니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하면서 몰려서 줄 서서 사더라고요.

팔아서 20만 원 정도 남았고, 도와준 분들과 회식하면서 30만 원 썼습니다. 회식비로 오히려 마이너스 된 거죠. 그래도 굉장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역시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뭐라도 하는 것은 차이가 이따 느꼈어요.

Q. 앞서 말했듯, 본격적으로 MC라는 느낌을 풍기기 시작한 것은 첫 정규 ‘일반인’ 앨범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30 Dangers’에 피쳐링한 Deepflow(딥플로우)님의 벌스에서도 ‘형편없는 악플러 출신 래퍼 믹스테잎을 냈고/장난인줄 근데 꽤나 진지한걸 뱉어’라는 가사가 있었죠. 실제로 태도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변화하게 되었다면 어떠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12살 때부터 Dr dre , 50cent, The game, nas, Eminem 등을 접하면서 힙합 음악을 들었고, 그때부터 15년을 넘게 힙합 음악만 주구장창 들었는데 한 번도 래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저의 모든 가치관, 생각, 언어(?), 친구들 모두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막상 플레이어로서는 할 생각을 전혀 안 한 거죠. 저 같은 범인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 와중, 미국에 오래 있던 친구와 새로 사귀게 되었는데 로컬에 있는 흑인들 대다수가 street name을 가지고 래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따로 money job을 다 가지고서요. 그들에게 넌 학생이고, 뭐 건설 노동자이고 한데 왜 rap name이 있냐고 했을 때 답이 “cause I’m black” 이였다고 해요. 정말 그들에게는 힙합이 삶인 거죠. 힙합을 한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준비해서, 레슨을 해서, 장비를 다 맞춰서 사서, 특정한 날을 정해서 ‘시작’! 하고 하는 것이 아닌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1주일도 안 되어 바로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한 27쯤 이였던 것 같아요.

딴 이야기를 좀 많이 했는데, 확실히 ‘일반인’ 앨범 작업할 때부터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습니다.

“랩은 나의 취미이고, 본업은 따로 있다.”라는 말을 방패로 삼고 뒤에 숨는 행위는 멋이 없다고 생각했고, 이 음악에 모든 것을 거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일반인’ 앨범도 지금 듣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래퍼로서의 최저 기준이 있다고 치면, 그 기준에는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 앨범 작업하면서도 실력이 올라와서 완성된 시점에서는 사실 이미 아쉬움이 있었어요. 지금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요. 하지만 그때 꼭 냈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해서 그냥 냈고, 빨리 다음 작업물을 더 멋있게 만들어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진짜 랩 적인 완성도로서 만족하는 처음은 그 이후에 나온 ‘사람이 먼저다’ 였고, ‘일반인’은 씬에 입장하는 입장권이었다고 생각해요.

Shout out to DEEPFLOW 저는 상구 형에 엄청난 팬 이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난으로 랩 하던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 미달의 녹음물도 피드백을 하나하나 해 주셨고, 항상 잘한다며 용기를 주셨어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상구 형이 아녔다면 아직도 힙갤에서 13시간씩 래퍼들 욕이나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Q. 조금은 민감한 질문일 수 있지만, 해당 앨범의 ‘Intro’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과거 이센스(E-Sens)님이 출연하신 한 콘텐츠(1theK에서 진행하는 본인등판)에서 이센스윙스님에 대한 언급이 나왔었고, 해당 부분을 삽입하셨었죠. 음원 사이트에서 해당 인트로를 내리게 된 과정, 그리고 최근 이센스님의 인스타 스토리 언급들까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생각되는데, 해당 트랙을 제작하게 된 계기, 내리게 된 이유, 그리고 이센스님과의 문제는 지금 잘 해결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본인 등판이라는 유튜브 컨텐츠에서 이센스님이 본인을 검색하다가 제가 나왔고, “이센스윙스 이름 괜찮다, 불법 아니지 않냐?”라는 말씀하셨던 걸 듣고 저도 재밌어서 인트로에 썼었죠.

이후 원더케이 컨텐츠 담당자분이 자기 컨텐츠가 무단으로 도난당했다고 페이스북에 남겼는데, 일단 영상에 제 얼굴과 음악이 나온 것도 어찌 보면 도용을 당한 건데…

제가 앨범 인트로에 해당 영상의 일부 사운드를 사용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도, 상식선에서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일단 그쪽에서 저를 먼저 무단으로 사용해놓고 제가 그걸 다시 사용한 것을 문제 삼는 게 부조리하다 느꼈습니다..담당자분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댓글도 남겼지만, 다 무시하고 차단하여 카카오로 직접 전화하고 메일을 하니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미안하다. 이렇게 나오는 것 이해한다.”라는 반응이었고, 만나서 얘기를 했습니다.

담당자가 이미 일어난 상황을 바나 쪽에 얘기했는데, 바나 쪽에서 내리기를 원한다고 전해왔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가사에 내용 증명에 관해서 썼던 것도, 바나 쪽에서 내용 증명에 대해서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원더케이 컨텐츠 담당자를 통해서 전해 들었던 겁니다. 담당자는 이센스도 상황을 다 알고 있고 컨텐츠를 안 내리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에 동의한다고 들었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최근에 이센스님과 일이 있었잖아요? 그때 연락을 했는데, 본인은 몰랐다가 하시더라고요.

Q. 정규 1집 ‘사람이 먼저다’에서는 첫 트랙 ‘맥아더’에서는 힙합 LE의 특정 유저를 언급하며 ‘니가 어깨 피는 곳은 게시판이 다야/나도 거기 있었지만 이제 나와 날아 fly’라 말하다가도, 9번 트랙 ‘유인나’에서는 ‘게시판으로 다시 금의환향’이라 말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피드백을 남기던 유저에서, 이제는 피드백을 필요로 하는 플레이어로 탈바꿈했음을 표현하는 가사들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해당 앨범은 제법 많은 피드백을 얻어냈고, 긍정적인 반응들도 많았어요. 당시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의 반응들은 진짜 짜릿했어요. 물론 대중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처음으로 래퍼로서, 아마추어가 아닌 언더그라운드 래퍼로서 인정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좋아하던 래퍼들에게도 좋은 얘기도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게시판에서 어그로만 끌고 직접 글을 쓰다가 앨범 호평으로 언급이 된다니… 정말 금의환향 아닙니까!

이제 미약한 작은 챕터 채웠으니 더 높은 곳으로 가야죠.

Q. 게시판 얘기를 꺼냈으니 하나 더 짚고 넘어가자면, 스킷이나 피쳐링, 그리고 믹싱에 참여한 크루 맴버들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게시판 유저를 넘어 플레이어로서 씬에 뛰어든 DJ Sam aka Old School Teacher님의 참여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계기로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힙합플레이야 단체곡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것 같아요. 저 또한 올드스쿨을 좋아하고, 그 형님은 저보다도 훨씬 찐한 올드스쿨 팬이시고, 저는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저도 힙합 꼰대인데, 그 형님은 저보다 1000배는 더 꼰대이시고 ㅋㅋ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앨범 준비하던 중 정말 옛날 힙합, 드럼 소리도 정돈되지 않은 비트에 촌스럽다고 할 수 있는 샘플 위에 랩을 하고 싶었어요. 투박하지만 따뜻한 소리요. 바로 올드스쿨티쳐형님에게 연락드렸고,

딱 원하던 대로 옛날, 80년대 드럼 비트 같은 게 나온 거예요. 퍼지는 드럼 비트와 약간은 촌스러운 멜로디 투박한 믹싱까지! 피쳐링 랩도 최대한 옛날 느낌 나도록 부탁드렸고, 200프로 만족스러운 벌스도 보내주셨습니다.

‘사람이 먼저다’ 앨범에 성룡 ( Jakie chan) 들어보세요!

Q. 앨범에서는 DanceD(댄스디)님의 닉네임도 두 트랙에 걸쳐서 언급됩니다. 그리 긍정적인 언급은 아니었다 생각하는데, 단순한 비유인지, 아니면 디스의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댄스디님도 게시판에서 설전이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제 기억에는 스윙스 관련 이슈가 있었을 때, 안 좋은 댓글을 쓰셨던 것을 제가 변호하면서 약간 조롱 섞어서 댓글을 썼기에 설전이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확실하지 않습니다.)그러다가 제 앨범이 나오고 댄스디님의 리뷰를 봤는데, 음악가가 음악을 내면서 어떤 평가 던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 감정이 들어가서 억지로 끄집어낸 비판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랩에서 많거나 수위가 심한 언급도 아니었고, 그 사람이 리뷰로 저를 쳤다면, 저는 랩으로 반응했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저는 취미 뒤에 숨어서, 나는 이게 취미니까 라는 마인드로 하는 사람들을 되게 싫어하는데, 댄스디님의 래퍼로서의 실력이나 태도에서 모두 그런 모습이 보여서 별로 멋없는 것 같아요. 래퍼로서의 댄스디(.1)에 대한 존중은 없습니다. 힙합 팬으로서는 리스펙 합니 🙂

사실 크게 악감정은 없고, 그냥 재밌어서 했어요.

Q. 2집 ‘돼지의 왕’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전반적인 주제는 1집과 비슷하지만, 돼지나 개와 같은 키워드를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본인의 기준에서 구린 리스너들을 개, 구린 플레이어들을 돼지로 표현한 것이라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개새끼라 나밖에만 알지’라던가, ‘나는 성공한 fan, 혹은 실패한 래퍼’라 말하는 부분이 결국은 개와 돼지의 구분 속에 모두 속하는 본인을 드러냈다 생각하는데요, 주제를 표현함에 있어서 돼지나 개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

리스너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저는 래퍼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중의 입맛에 맞춰서 포장하여 애완견처럼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래퍼들이 있고, , 본인 ㅈ대로 행동해서 대중들에게 관심을 못받는 래퍼들이 있잖아요. 전자가 개, 후자가 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개가 되고자 해도 개가 못 될 놈이라 생각하고, 저는 돼지들 중의 왕이 되고 싶어요. 거지왕 김춘삼. 소위 말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 중의 왕이 되겠다는 뜻이었어요.

Q. 앨범에는 수많은 이름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수위 또한 굉장히 강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름을 내뱉을 때, 비판의 어조로 뱉는 것만큼이나, 반대의 의미 또한 많았다고 느껴집니다. ‘군대 좀 가라’ 같은 곡은 그 두 가지 경우가 공존했다고 생각하는데, 마냥 비판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리스너가 적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이센스윙스님 또한 아쉬운 부분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이 자리를 통해서 해당 트랙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선 해당 트랙에 대한 생각을 인스타에 정리해 둔 것이 있어 그 글을 먼저 올리겠습니다.

국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청년이 자유를 희생하며 군 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징병제 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를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합당한 사유로 군대를 못 가시는 분들도 모두 직, 간접적으로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편법을 이용해 병역 기피를 하는 새끼들이 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는 건 시민으로서 살아감을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힙합이 정의로운 음악이라 믿습니다. 같은 가치를 보고 있을 거로 생각했던 래퍼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질 않습니다.

‘군대 갔다 온 게 인생의 업적’이라며 조롱하고 오히려 군대 간 게 병신이라는 식의 말은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며 헌신하는 많은 분께 상처가 됩니다. (저는 태생이 게시판 출신이라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hiphoplee 바이닐리즘즘’ 씨 군대 간 걸 자랑하려고 만든 노래가 아닌 의무를 저버린 병역기피자들을 비판하고 박탈감을 느낄 청년들을 위해 만든 노래니 알아두시길 ❌

이어서 얘기하자면,

군대를 안 간 모든 사람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진짜 상황이 안 돼서 그렇게 된 건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런 분들이 상처 입고, 그런 분들에게 화살이 돌아갈까 봐 편법으로 공동체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을 못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 사실 이렇게 이름들을 직접 거론한 탓에, 오해를 사기도 하셨어요. 당사자가 직접 불쾌함을 표현했고, 결국 그 부분을 수정하셨잖아요. 조심스러운 질문일 수 있지만, 해당 라인은 어떤 부분이었는지, 이 같은 일을 겪으신 후에 어떤 기분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100프로 저의 잘못입니다.

그때 말했던 것처럼 진짜 멋있다고 생각해서 쓴 것이 맞아요. 그분의 한 인터뷰를 보고 감명을 깊게 받았었고, 그걸 가사에 쓴 것이에요. 약간 플레이보이 기믹을 스웩으로 쓰듯이, 배드 비치 기믹을 한국 남자 래퍼들에게 대입해서 중의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던 것인데, 제가 그분이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이나 현재 상황을 잘 몰랐죠. 그분은 래퍼도 아닌데 제가 잘못한 거죠.

내 멋대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많이 배웠어요.

당사자분과는 당일 바로 이야기 나누었고, 정말 감사하게도 좋게 말씀해 주셔서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Q. ‘분홍색’은 사실적인 가사들을 통해 가난했던 과거와, 점점 나아지고 있는 지금을 잘 표현해냈다는 트랙이고, 싱글 단위로는 분명 훌륭한 트랙이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해당 트랙을 배치한 이유와, 분홍색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색에 의미를 부여하는 비유들은 종종 있어왔잖아요. 희망을 표현하고자 했다면 노란색이 조금은 더 어울릴 수 있었다 생각하고, 빨간딱지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을 표현했다면 적절한 비유일 수 있지만, 단순히 앨범의 제목과 연결시킨, 돼지의 색인 분홍색을 고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돼지의 왕’ 앨범의 기본 테마는 돼지로 살아남는, 즉 래퍼로서의 저의 ‘생존’입니다.

‘분홍색’이라는 곡이 생존의 테마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후에 나오는 ‘행선지’도 마찬가지로 그런 맥락이었고, 두 곡을 붙였을 때는 맥락이나 곡 분위기상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분홍색’이 행복을 상징하기도 하고, 태어났을 때는 내 색이 흑갈색인 줄 알았으나, 나의 색은 분홍색이었다. 나는 행복할 운명이었다. 이런 의미였어요. 행복을 의미함과 동시에, 돼지 하면 떠오르는 색이 분홍색이니 쓸 수밖에 없었고, 곡에서 흑갈색, 빨간색, 분홍색으로 의도적으로 배치를 했어요.

Q. 앨범에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피쳐링으로 참여했지만, 개인적으로 ‘Blind’에 참여한 Son Simba(손심바)님의 퍼포먼스가 눈에 띕니다. 뱉은 말들이 미움으로 되돌아온다는 점, 그럼에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센스윙스님과 오버랩되는 부분 또한 많습니다. 물론 힙합 le에서 탈퇴당한 회원이라는 공통점도 있고 말이죠. 다른 뮤지션들보다도, 손심바님을 섭외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 곡을 쓰게 된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판단을 너무 쉽게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지 않고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보는 것이 대다수고, 유튜브 댓글이나 쇼미더머니 자막을 보고 본인의 기호까지 정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이 주제를 생각했을 때 바로 생각나는 래퍼가 손 심바 였어요. 손 심바님의 가사처럼, 얘는 미워해도 되는 사람, 욕먹어도 되는 사람.

그게 자신의 주관이 아니라, 유튜브나 댓글, 방송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니까.

그 곡에 만수도 참여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래퍼이기도 하고 어떤 곡에서든 잘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Shout out to 만수, 손심바!!

Q. ‘일반인’에 수록되었던 ‘라러젠’의 후속 격인 ‘라러젠 2’를 이번 앨범의 마지막에 배치하셨어요. 씬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루키 포지션의 뮤지션들과 협업하는 모습이 매번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각기 다른 주제의 벌스들을 뱉는 트랙이고, 참여 진마다 퍼포먼스의 완성도의 차이를 보인다는 단점에도 이와 같은 트랙들을 계속해서 발표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옛날부터 단체곡을 좋아했어요. 개성 있는 벌스들이 연속해서 나오는 것을 좋아해요.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잘하는 사람들 진짜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컸어요. 저에게도 수록곡으로 들어가니 좋죠.

제 기준에서 못하는 사람은 안 넣었고, 저는 다 너무 좋았고 다 잘해줬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제일 잘했지만 ㅎㅎ

저 또한 보너스 트랙처럼 생각해요. 앞으로 또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된다면 꼭 하고 싶어요.

Q.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중에서, 이번 앨범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생각됩니다. 노이즈에 의한 반응도 많았지만, 긍정적인 평가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본인을 향한 커뮤니티의 반응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음악적인 것보다는 이슈 때문에 반응이 많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정말 멋있고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 생각하니, 나중에 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준비한 질문은 끝났습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실까요?

이센스, 스윙스의 엄청난 팬으로 게시판에서 이센스윙스 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다 이 닉네임 그대로 정규 앨범을 두 장을 내버렸습니다. 앞으로도 이름은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이름에 걸맞은 진짜 멋있는 힙합을 하겠습니다. 자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 그리고 힙합 le, 힙합플레이야, 리드머 관리자분들과 모두 게시판 시절 싸워서 저를 싫어합니다. 디씨 트라이브에서도 정지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다라실 미디어-가 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센스윙스(esenswings)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esenswings

인터뷰어-염철현

사진 촬영 및 도움-유재윤

글쓴이

  • highgel

    커뮤니티에 100개 이상의 리뷰를 올린, 자(!)타공인 헤비 리스너. 여러 웹진에 글을 기고했으나, 매번 아깝게 떨어진 바, 결국은 이렇게 사람을 모아서 웹진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View all posts

다라실 미디어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